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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마른 여자들/다이애나 클라크/창비]

이쁜 비올라 2021. 8. 5. 09:10

마른 여자들~ 
 
여름 휴가의 3분의1을 이 책 읽는데 소비를 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많은 경험과 사유와 깨달음의 축척물이 모여 가능해지는 것 같다. 
 
60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인데 꼬박 3일을 읽었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 벌이는 
감동적인 사투의 기록이다. 
 
소설을 통해 가끔씩
우리와는 낯선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경험한다. 
 
소설의 주인공 릴리와 로즈는 일란성 쌍둥이다.
서로의 감정을 입맛으로 느낄수 있을 경지에 오를 정도로 너무나 닮은 주인공들은 13세가 될때까지

몸무게를 비롯한 모든것이 똑같았다. 
 
부모님과 함께 외출한 차 안에서 릴리의 손가락이 차 문틈에 끼어서 다쳤을때 쌍둥이 동생 로즈는

주저하지 않고 고의로 본인의 손도 문틈에 올리고 차 문을 닫는다.
언니와 똑같은 위치에 상처의 자국이 남아야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두 자매의 다른점이라고는 언니 릴리의 등에 점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밤 로즈는 릴리가 잠들었들때 날카로운 가위로 릴리의 점을 찌른다. 
 
소설의 도입부에 전개되는
이 자매들의 이야기에서 약간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고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며

나는 점점 책 속으로 몰입한다. 

 

언니 릴리는 화려하고 사교적이며 끝없이 욕망하고 인간관계를 추구하며 학교에서도 인기그룹들과 어울리는 반면에
동생 로즈는 항상 언니의 그늘에 묻혀 무엇이든 릴리가 하는것을 따라하는 외톨이 이며 사회부적응자로

스스로를 부정하며 정확히는 릴리가 되고 싶어한다. 
 
릴리에 대한 로즈의 사랑과 추종은 놀라울 정도이며 둘의 자매애는 심오하고 각별하면서도 특이하다. 
 
감정까지 서로 공유하며 거울을 보듯 똑같은 모습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며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둘의 외모와 삶은 각각의 방향으로 멀어져 간다.  
 
늘 열등한 동생이자 그림자였던 로즈에게 다이어트는 유일하게 언니 릴리보다 잘하는 분야이다. 
 
결국 돌이킬수 없는 거식증 환자가 되어 시설에 맡겨진 로즈~ 
24살의 나이에 몸무게는 30키로도 되지가 않는다.
시설의 마른 여자들은 식사 시간 음식이 나오면 간호사들의 눈을 피해 음식을 겨드랑이에 바르거나

속옷에 숨기거나 또는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화장실로 가서 모두 토해낸다. 
 
그곳의 마른 여자들은 음식을 거부하고 물만 마시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때로는 몸무게가 늘어나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 
 
몸무게가 줄어들면 그곳에서는 생명 유지를 위해 강제로 영양분을 몸속으로 공급한다.
시설의 거식증 환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의례이다. 
 
이 곳 시설에는 한 때 유명한 연예계 스타로 많은 이들의 로망이었던 아이돌출신 가수도 있다.
몸무게를 잴때마다 화장실 커튼의 고리를 머리끈으로 사용해 몸무게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던 그녀는

결국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이한다. 
 
물 한모금 과일 한조각!!
거식증 환자들에게 이 모든것은 칼로리와 연결된다.
스스로 음식을 거부하며 죽음의 길로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에는 우리가 관심가지지 않았던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로즈의 몸무게가 점점 줄어가고 있을때 언니 릴리의 몸무게는 100키로를 넘어선다. 
 
로즈가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방식이 굶주림이라면 릴리는 동생이 굶주린 만큼 더 많이 먹어댄다. 
 
거식증과 반대편의 폭식증~ 
 

 

이 소설에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아빠의 동성애로 쌍둥이자매의 엄마는 집을 나간다. 
 
로즈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마주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두려움으로 차라리 불행을 택했던

아버지의 삶과 닮아있다. 
 
언니 릴리 또한 폭식증으로 낮아진 자존감 탓에 여성들과의 소통에 실패하는 여러 남성들을 1회성으로 만난다.
급기야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의 학부형인 필과의 위험한 관계를 지속하며 사랑이란 교묘한 포장속에 숨어있는

폭력과 기만과 권력에 조정당한다. 
 
현대 사회의 시선과 미디어는 여성으로 하여금 특정한 몸의 형태를 선망하도록 세뇌시킨다.
사회가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잣대가 그들의 마른 몸에 더 큰 관심과 찬사를 보내기 때문이다.
더 마른 몸은 거식증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사회적 위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착각으로 이어지며
그것이 곧 사회적 죽음을 부르는 억압임을 그들은 부정한다.  
 
나아가서 여성의 삶은 그 자체로 생존이고 싸움이 되고 만다. 
 

 

이 책을 읽고나니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혼란스럽다.
사실, 충격적인 부분도 많아서 내 머리속에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한 옮긴이의 마지막 글에도 이 소설을 명쾌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메우면서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
성소수자들의 이야기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양면적인 애증
여성들의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나아가서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것 ! 
 
인생의 주인공은 본인 자신이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되는것......
 
세상의 많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자들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동안 이 책의 이야기들이 내 머리속에서 쉽사리 떠나지 않을것이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들은 계속해서 정화되어야 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 다이애나 클라크의 소설의 소재감에 감탄과 존경을 보낸다.
 
소설은 어쩜 작가의 주변과 본인의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일것이다. 
 
릴리와 로즈 자매의 앞날에 행복이 함께 하길 빌어본다~ 
 
조금은 안타까운 이야기다. 
 
삶은 정답이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희망은 함께 한다.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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