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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감성 여행/ 로런스 스턴 지음

이쁜 비올라 2026. 6. 12. 14:59

 

감성 여행 
 
책을 읽으며 '로런스 스턴'이란 작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괴테는 그의 시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작가로 스턴을 평가했다.
나아가서 니체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라고 했다. 

 

 

"큰 소리로 자주 웃는 것은 우둔함과 부적절한 매너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시대,

스턴은  이 책을 통해 특유의 코믹하고 희극적인 터치와 풍자를 담아,

당대를 지배하던 냉소적인 여행 문학과 경직된 계몽주의적 이성 중심주의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출생부터 신사 계층 주변부였으나 스턴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희극이야말로 고통이 산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지탱 시키는

힘이 됨을 그는 글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대주교를 역임한 당당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어려운 삶을 살았다. 
그의 글이 그런 고통 속에서도 희극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스턴의 시대 영국의 지식인들과 귀족들 사이에서는 유럽 대륙을 돌며 유적을 평가하고

지식을 쌓는 ‘그랜드 투어’와 이를 기록한 여행기가 대유행이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요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화자는 유적지의 크기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대신,

여행길에서 만난 부랑자, 하인, 수도승, 가게 점원 등 평범한 이들과 나누는

찰나의 감정과 교감, 인간미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여행이란 지식 자랑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것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주인공 요릭을 통해 여행 중에 경험하는 사랑의 감성이란 어떤 성격을 지니며,

이를 통해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순화시키는지를 통찰한다.
 
18세기는  이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신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정점이었던 시대다.

스턴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가 인간을 너무 건조하고 기계적으로 만든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도덕성과 관계의 회복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동정심과 감수성에서 온다고 믿었다. 
 

 

 

다만 이를 너무 엄숙하게 주장하면 지루해지기 때문에,

주인공 요릭의 입을 빌려 시종일관 가볍고, 위트 있고, 때로는 엉뚱한 코믹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미있는 점은 스턴이 당대의 이성 중심주의를 반박하기 위해 감성을 내세웠으면서도,

동시에 알맹이 없는 '가짜 감상주의' 역시 희극적으로 꼬집었다는 점이다. 
 
요릭은 스스로 엄청나게 자비롭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 척하지만,

예쁜 여성을 보면 한눈을 팔거나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감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곤 한다. 
 
스턴은 이러한 요릭의 얄팍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유럽사회에 만연해 있던 도덕적 위선을 희극적으로 풍자했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감성 여행은 겉보기에는 가벼운 에피소드 중심의 코믹 소설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지식 적 측면만 늘어놓던 냉소적인 여행가들과 인간의 감정을 메마르게 만든

이성 중심의 18세기 주류 사회를 향해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유머러스한 교감과

감수성에 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로렌스 스턴은 삶의 그늘과 우울함이 깊을수록, 인간은 눈물에 잠기는 대신

웃음과 위트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글로 실천한 작가다. 
 
그는 평생을 결핵이라는 잔인한 질병과 싸웠다. 피를 토하는 극심한 고통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가 늘 그를 지배했다. 
 
게다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경제적 궁핍까지 겹쳐 그의 삶은 온통 우울한 일색이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지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엉뚱하고 유쾌한 소설 '트리스트럼 섄디'와 '감성 여행'을 썼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매 순간 다가오는 죽음을 웃음으로 받아치고 있네.
내가 웃을 수 있는 한,
죽음의 신도 나를 완전히 꺾지는 못할 걸세." 
 

 

 

 

이 작품이 미완성으로 끝났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독자들의 상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더 가치가 부여된다.
 
"우리 삶이 우울할수록 더 유쾌하게 웃어야 영혼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스턴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친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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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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