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체험 ·이벤트/도서 서평

책 추천: 입속의 새/사만타 슈웨블린/라틴문학/단편소설

이쁜 비올라 2023. 3. 1. 21:00

입속의 새 
 
#사만타슈웨블린  
 
며칠 사만타 슈웨블린의 책에 몰입 되어 그녀의 세계를 탐색 중이다.
오늘 완독한 2023년 신간 '입속의 새'는 스무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지금껏 읽었던 그녀의 소설 중에  압권이다. 
 
내일부터 당장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이번 학기에 강의할 새로운 과목들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기어코 휴일 날 이 책의 끝 장을 넘기고 만다. 
 
아르헨티나 출신 이 여류 작가의 소설은 공포가 불쑥 불쑥 책 속에서 돌출되다 못해  기이하고 충격적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사물의 질서가 전복 되고, 한 번도 상상하고 들어보지 못한 새롭고 낯선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 없고 무섭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입속의 새' 에서는 산 채로 새를 잡아먹는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오는 장면이 책에서 생생하게 연출 된다.  
 
어느 날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던 여인이 도저히 이제는 못하겠다고 남편을 찾아온다. 전 부인을 따라 간 곳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있는 딸아이와 마주한다. 정원으로 나간 아이의 엄마는 새 장에 새를 넣고 돌아서고 딸아이는 그 새장을 향해 정원으로 간다.
그리고 순간 날카롭게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그들을 향해 얼굴을 돌린 딸 아이의 입,코, 턱 그리고 두 손이 온통 피로 얼룩져 있다.
딸 아이의 커다란 입이 활같이 휘다가 벌어지면서 시뻘건 이가 드러난다. 

 

 


 
'베나비데스의 무거운 여행 가방'에서는 아내를 살해하고 커다란 여행 가방에 넣어 자신의 주치의를 찾아오게 되는데 아내의 죽음은 '폭력'이란 예술 작품으로 둔갑 되기도 한다.  즉, 여러 곳을 쪼개고 최대한 오그려서 욱여넣은 원초적인 덩어리는 살아있는 예술로서 승격되고 있다. 
 
책을 읽고도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몇 번이나 앞 장을 다시 넘기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책에는 기이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떠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생략되어있다. 
 
작가는 현실적 콘텍스트를 모두 제거함으로서 기존의 분류 체계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현실을 지극히 낯선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녀의 글에서는 어떤 정서적 표현이나 묘사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문체는 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그녀의 글 몰입 되어 책을 손에서 놓칠 못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세계는 황무지다. 여자들의 울음과 탄식이 환성처럼 울리는 절망의 공간이다. 
 
'땅속'에서는 마을의 아이들이 계속해서 땅을 파고 어느 날 순식간에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사라져 버렸다. 부모들은 몇 날이고 아이들을 찾아 나서지만 한 명의 아이들도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팠던 구덩이를 발견하고 구덩이를 파 보지만 구덩이는 다시 흙으로 매워져 있었고, 더욱이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파 놓은 구덩이 옆에는 흙이 그대로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집들의 마룻바닥이나 마당 및 땅속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만 아무런 결론도 없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전부가 이러한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의문만 던진다.
책을 읽고 있으면 현실에 대한 존재와 실제에 대한 의문이 쌓인다. 
 
내가 읽은 이야기가 이러한 내용이 맞았나? 하고 늘 반문하면서 말이다. 
 
실제적으로 사만타 슈웨블린의 문학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물음은 '현실이란 무엇인가?' 다.
그녀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잠재적인 것, 가능한 것, 끝없는 욕망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계는 현실이라는 관념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사물의 크기'에서는 아동 폭력과 학대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감히 어느 작가와 그녀와 같은 상상으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소설 전반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시간을 통해 빚어지는 세계 속에는 '여성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책에서는 여성적인 것이 예술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성적인 세계에서는 시간이 흐르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생성되고, 시간 속에 사건은 특권을 가지고 존재한다. 

 


 
'산타클로스가 우리 집에서 자고 있다.'에서는 어린 아이의 순진한 눈으로 본 세계와 어머니의 우을증적인 관점과 교차되고 있다.
 
며칠 동안 사만타 슈웨블린의 책 3권과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얻어낸 결론은 그녀의 문학 세계는 결코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뜻밖의 우연의 사건으로 시작된 기이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끝없는 세계로 계속해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그 세계에서 길을 잃고 상상하고 좌절하면서 그녀의 신비로운 문학과 마주할 뿐이다.
결론의 마무리는 독자 스스로 선택하면서 말이다.

천재적인 여류 소설가의 작품과 함께 한 기이한 며칠 이었다. 

 


 
#도서협찬 #입속의새 #창비 #단편소설 #피버드림 #리틀아이즈 #장편소설 #소설책추천 #소설 #라틴문학 #문학 #글쓰기 #독서 #독서모임 #서평 #부드러운독재자 #독서후기 #독서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