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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천진시절/금희소설/창작과비평/탈향하는 여자들

이쁜 비올라 2020. 1. 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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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창비에서 2020년 1월에 출간한 금희 작가의 소설 '천진시절'은 1998년대 개혁개방 시대를

맞이한 중국의 천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 단어의 이질감이 처음에는 책을 읽는 나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면 이틀만에 읽어낸 책이다.






인간은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하면서도 나약한 존재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천진시절의 주인공 상아 !

1998년 상승과 혼돈 시대의 중국 사회에서 남자를 매개로 신분 상승을 도모하는

춘란, 미스 신 등을통해 그녀 내적에서 우러나오는 욕망과 삶의 방식을 추인하는

 쪽으로 기울며 약혼녀의 곁을 떠난다.

상아(嫦娥)라는 이름에서 이 소설의 전말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전설 속 월궁 선녀상아(嫦娥)는 명궁수 후예의 아내였지만 남편이 서왕모에게

하사받은 불사약을 혼자 먹고 몸이 가벼워져 달나라로 홀로 올라가 버리고 만다.

물론  상아(嫦娥)라는 이름은 나중에 상아(尙雅)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살아가지만

그녀의 운명처럼 물렴받은 이름에서 에고하듯 더 나은 삶을 찾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그녀 역시 약혼녀 무군의 곁을 떠난다.




천진시절의 작가 '금희'는 중국 길림성 출신 조선족 작가다.

2014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단편소설 '옥화'를 발표하면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한국어로 쓴 소설을 모아 '세상에 없는 나의 집'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서의

근대라는 폭넓은 범주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을 형상화 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이다.




동생 결혼식으로 상해에 와 있는 상아는 우연히 들어간 채팅방에서 정숙의 연락을 받게 된다.

20년만에 채팅으로 조우한 상아와 정숙 !

그러나 반가운 마음의 이면에 그녀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니 애써 들추고 싶지 않은

그녀들만의 아픈 기억의 세계를 가진 공통점을 떠올린다.


천진시절~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는 농촌에 정주하던 사람들을

자본의 투입 요소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도시에 대한 환상을 품고 고향을 떠나 공장의 컨베이어 밸트 앞에 서야 했다.


상아와 정숙도 그랬다.



상아와 무군은 무군의 누나가 있는 천진의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면서

약혼식을 했다.

무군과의 약혼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는 일종의 계약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상아가 천진시절을 보냈듯이 그 당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들의 탈향 서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을 형상화 하고 있다.




상아와 무군/ 정숙과 희철 그들은 천진에서 조선족이라는 유대감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무군과 희철과의 삶은 그녀들에겐 불확실한 미래와 같았다.

계층 상승의 기회를 잃고 밑바닥 노동자의 삶에 안주해야 하는 ~

무군과 희철은 남다르게 성실하며 순수한 사랑을 지향하지만

그 당시 중국의 힘없는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상아와 정숙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그 당시 중국 여성의 내면의 욕망을 묘사하고 있다.



상아는 현실과 타협하며 중국시장에 뛰어든 한국인 사업가의 스폰서를 받으며

화려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창생 춘란과 미스 신의 삶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욕망과 싸우지만 시골 출신 여자가 남자들을 매개하지 않고서는 부와 권력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현실 앞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무군을 떠난다.


정숙 또한 희철의 아이를 유산하고 희철은 마지막까지 정숙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며 무리를 하며 얻은 새집 아파트에서 죽음으로 발견된다.



상아는 천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천진시절의 기억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며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정숙과의 우연한 연락은 천진시절 그들의 삶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상아와 정숙의 윤리의식을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할 이전에 세상의 구조적 속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1998년 천진에서 그녀들이 맞닥뜨렸던 욕망은

그 당시 모두에게 공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천진시절 쓰라린 배신의 대가치고는 상아와 정숙의 현재의 삶은 어딘지 초라한 구석이 있다.

정숙은 결혼해서 이혼을 하고 지금은 부모님과 아이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오로지 경제적 삶의 전선에 매달려 있다.


상아 역시 일자리를 찾아 한국을 들락거리는 남편을 대신해 혼자서 아들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들은 확실한 오늘의 사랑 보다 불확실한 욕망을 좆았고 그 선택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감당하며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상아는 생각한다. 한 번도 무군을 사랑 해 본적은 없지만 무군 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것을~


읽고 나서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1998년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평범한 삶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