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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폭력의 위상학/한병철

이쁜 비올라 2020. 7. 19. 16:40

이 책은 '폭력'이란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쉽게 '폭력'이란 이미지를 떠올리면 육체적, 물리적 차원의 폭력을 떠올린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가 일상적인 통념으로 생각하는 '폭력'의 모든 범주는

부정성의 폭력에 해당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문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폭력의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육체적 폭력이 '폭력'이란 개념을 대변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 폭력은

시스템적 폭력이나 교묘하게 감추어진 형태의 폭력으로 우리의 내면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설득력 있는 논리에 빠져 난해하기 그지없는 이 책 읽기를 끝냈다

 

'폭력의 위상학'의 저자 #한병철 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살아있는

철학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로이트, 밴야민, 캬를 슈미트, 리처드 세넷, 아감벤, 하이데거 등의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폭력'에 대한 개념을 확장 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폭력'의 개념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범주를 넘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폭력이다"

서론의 첫 줄부터 시작되는 범상치 않은 문구가 이 책 전반의 무거움을 끌고 나간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난해함에 몇 번이나 읽다가 던지기를 반복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가 이 책에 몰입되어 생소한 단어는 인터넷을 검색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매 챕터마다 나름대로의 소감을 적어가며 이 책을 소화해 내려고 노력했다.

 

 

 

 

나는 대학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플라톤의 국가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실존주의 철학가들의 사상을

대충은 훓은 사람인데도 사실 이 책의 난해함에 완전 손 들었다.

 

폭력의 양상이 정면대결적인 측면에서 바이러스적인 형태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일상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는 저자의 논리에 놀라면서도 부정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을때 어느정도 이 책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많은 부분이 솔직히 있다.

그렇지만 읽고 난 후 난 한동안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 저자 한병철의 많은 사유들에 놀라고 '폭력'의 개념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음에 놀라면서 저자의 논리에 반박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것 또한

사실이다.

아니, 나는 오늘날 성과주의 사회에서 폭력은 비가시성으로, 매개성으로, 잠재성으로,

심리성으로, 긍정성으로 이동하며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착취의

위험한 요소가 되었다는 부분에는 완전 공감하게까지 되었다.

 

새로운 논리는 많은 이들에게 검증되면서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는 책이었다.

저자 한병철의 논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나 자신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타당성의

부분과 공감성의 논리로 책을 읽은 독자의 한 사람(나)을 많은 고민에 빠뜨리게 한다.

 

'폭력'의 범주는 지구화와 세계화 속에 한 국가적 차원에서 한 개인의 차원으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으로 광범위하게 사유될 수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고문을 '아낙카이'라고 불렀다."

이 매력적인 문구로 시작되는 폭력의 위상학의 첫 챕터에 빠져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지인들에게 읽기를 권하기도 했지만!!!

사실, 지금은 그다지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철학적 사유가 바탕이 된 글들의 난해함에 중반부로 접어들면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하지만 !!!!

이 책 읽기를 끝낸 지금 무언가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책에 매료되어 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폭력에 대한 위상학적 분석이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끌어와 반박하고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고

우리에게 주장한다.

저자는 폭력의 시대적 변천과정을 위상학적 변화로 설명하고자 했다.

한마디로 폭력의 형태를 통해서 시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폭력은 갈등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폭력의 비가시성을 논의하면서 폭력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지만

이것또한 이 책의 읽고 난 후의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멈추고 생각하게 한다.

정보화의 시대가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끌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도한

고민에  빠지게도 한다.

지나침과 풍요로움이 까다롭고 비밀스러운 침묵의 풍경으로 가는길을

지나치게 한다.

거대한 지식의 언어의 정보는 우리가 가진 '지각'을 무너트리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포스트데카르트적인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를 넘어

지식의 홍수화는 우리를 무관심에 편승시켜 세상을 살아가도록 한다.

지나침! 과잉은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이러한 부분은 억지스러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너무나 많다.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있다"

성과사회의 호모사케르를 대변하는 저자의 이 마지막 말이 오랜시간

내 마음에 서성인다.

 

저자 한병철에 의하면 현대의 성과사회는 도처에 '폭력'이 내재된 사회다.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부정성의 폭력은 긍정성의 폭력에 자리를 내어주고

눈에 보이는 정면 대결의 폭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폭력으로 대체되어

은연 중에 우리의 현실을 지배한다.

 

지구화, 세계화, 네트워크의 발전은 과잉을 낳고 이러한 긍정적 폭력은

인간의 자아, 지각을 무너뜨리고 우리로 하여금

무감각의 길을 걷게 한다.

 

현명한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사유들이

긍정성이 난무하는 현 시대를 구원해 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