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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추천: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김현 시인

이쁜 비올라 2022. 4. 13. 10:25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커튼 사이로 아침의 어둠을 확인하며

날씨가 흐린가?

 

습관처럼 인터넷 창을 열고 메인에 올라온

기사들을 스캔한다.

 

#뉴욕 지하철에서 연막탄 터뜨리고 무차별 총기난사!!

 

그것도

 

브루클린의 36번가 지하철역에서~~

 

순간 정신이 아찔하면서

밀려오는 당혹감!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할때 1년간 머물렀던 곳이고

이용했던 지하철역이다.

 

모든 일은 찰나다.

 

착찹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겹쳐지며

끝없는 상상력이 나를 괴롭힌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잊을만하며 이런 험악한 일이 일상 속에서

발생한다.

 

피해자는 선량한 시민이다!!!

 

 

 

몇 달전에 출판사로 부터 선물로 받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김현 시인의 에세이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밀린 일들이 많았던 2월에 이 책을 선물 받았었나?

 

시인이 쓴 에세이라

시적 언어들의 문장 조합에

감히 나의 이해력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20여 페이지를 읽다가 접어둔 책이다.

 

4일전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김현 시인의 언어에 빠져든다.

 

그리고 몰입된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지~

 

작은 소제목들의 글들과 중독성 있는 문체들~

어제밤 늦은 시간을 넘기며 읽다가

오늘 새벽 다시 잡은 이 책을

방금 마지막 장의 페이지에서 멈춘다.

 

시인이 쓰는 소설 속에서 헤어진 두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청량한 여름을 계속해서 생각중이라는 문구가~

 

설명할 수 없는 말로 설명하고

해석할 수 없는 말로 대답하는 사회에 대해

성소수자로 살고 있는 김현 시인의

절규가 잠시 느껴지기도~

 

이 문장은 또 어떻고!!!

 

"봄이 저 멀리 아득해지는 이유를

여름이 콸콸 쏟아지는 이유를

가을은 어디까지 떨어져 내리는가

겨울은 왜 마음을 쌓아 올리는가"

 

언젠가 나도 글을 쓴다면

 

"쓴다는 것은 몰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김현 시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꿈에서 마음을 쓰면 몸에서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도 곰곰히 새겨보는 아침이다.

 

이 글을 필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적어본다.

 

 

 

 

 

어떤 날

 

이력서 넣은 데서는 연락이 없고

아무도 안부 전화도 걸어오지 않는 어떤 날이 있다.

 

새삼 작은 방 안의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

 

닦아내고 털어내도 먼지는 또 묻고

쌓여간다.

 

먼지와 이길 수 없는 건데

먼지를 지워내고 싶은

어떤 날이 있다.

 

돌아보지 않으면 사물들에 먼지가 쌓이듯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먼지가 쌓여 있다.

 

사람에게 쌓인 먼지들만 보이는

어떤 날이 있다.

 

글이 너무 좋아서

인터넷에서 김현 시인의 이력을

몇 번이나 찾아보게 된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참 아름다운 사람임에 분명할 것 이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인과 시인의 반려자 ''

아름다운 만남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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