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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이 와중에 스무 살

이쁜 비올라 2022. 10. 19. 22:19

이 와중에 스무 살 

 


 
스무 살~
희망이 보이면서도 쉽게 발을 내디딜 수 없는 망설임이 그들을 고민 속으로 몰아넣는다. 
 
k톡 메신저가 몇 시간이나 오류가 나던 날 카페에서 수업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점심시간 들린 카페 창을 통해 가을밤의 어둠이 유리창을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수업 자료를 만들고 시간이 나면 읽어야지 했던 책이다.

책의 내용에 반전이 있거나 독자들을 훅 끌어당기는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이야기의 스토리가 극히 평범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책의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끌고 가는 몰입력이 있다.

조금만 더 읽고 집에 가서 읽어야지 하는 것이 카페 영업을 종료한다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책을 잡고 있다가 40분을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해서도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의 주인공 은호에 관한 이야기 보다

나는 은호 엄마의 삶에 더 관심이 간다.  
 
19살의 나이(은호의 짐작)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고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 엄마는 그 트라우마로 남자라면 병적으로 싫어한다.  
 
이야기는 은호가 학교 상담 선생님께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방의 호산시에 살고 있던 은호는 서울 강북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엄마가 아빠와 이혼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비좁은 한 칸짜리 자취방에서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스무 살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고비와 마주한다.  
 
어린 시절 가장의 책임을 저버리고 밖으로만 나돌았던 아빠에 대한 기억과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겉으로 나오는 말은

언제나 투박하고 쌀쌀맞다.  
 
은호가 지나온 20년의 삶은 부모가 남겨준 상처뿐이다.

어린 시절 아빠와의 불화로 엄마가 잠시 집을 나간 기억은 엄마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는 단단한 마음의 벽으로 자라나

남자친구와의 연애에서도 진지한 구석이 없다.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해 본인이 먼저 이별을 통보하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남자친구에게서 오히려 일종의 기쁨을 느낀다. 
 
그렇지만 철학을 공부하는 준우와의 만남은 조금 다르다.

권태기가 올 만한 시점인데도 그렇지 않다.

우연히 자존심을 내세워 준우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내뱉고 나서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가 없다.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우연히 보러 갔다가 엄마에게 짓궂게 대하는

손님의 행동을 보고 마음은 그 손님의 뺨을 날리고 싶지만

그런 상황을 딸에게 보여주는 엄마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는

못 본 척 그 자리를 도망쳐 오기도 한다. 
 
딸이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엄마의 뜻에 따라

행정학과를 선택했지만 정작 본인은 공무원이 되기도 싫다. 
 
엄마에게 생긴 멋진 남자친구와의 앞날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남자친구가 엄마를 여자로 보자 뿌리치고 다시 식당 일로 돌아온 엄마를 이해할 수도 없다. 
 
무능한 아빠와 함께 호산시에 남겨진 남동생 현호에 관한 생각도

가슴 한쪽에 지울 수 없는 은호의 책임감으로 남아있다. 
 
집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던 아빠와의 삶에서 엄마가 그 세월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견딜 수 있었는가 하는 연민을 느끼지만 솔직하게 표현하지도 못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난과 엉망인 감정들
그러나 학교를 휴학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닥치는 대로

살아보려는 오기도 부리지만 그의 스무 살은 무뚝뚝하고 표현력 없는

엄마의 버팀목 아래 빗나가지 못한다.  
 
무너지려는 삶을 보듬어 20대라는 강을 건너는 은호의 이야기는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낯설지 않은 스토리가 책을 읽는 중간중간 뜻하지 않는

코끝의 찡함으로 다가온다. 
 
군대에 가버린 준우의 휴가 복귀 날 다시 만나 편지를 주고받고

본인의 감정과 결정에 솔직해지면서 자신의 불행이

다른 사람으로 인한 것이라는 책임 전가도 없어지며,
엄마와의 사이도 좁혀가는 은호를 보며 삶에서 스무 살은

아름다운 청춘이지만 아픈 청춘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화해로 이끌어가는 지혜가 보여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자꾸만 뜨거워지는 스무 살 청춘의 얼굴은 눈부시게 황홀했지만

이제는 그 황홀함에서 벗어나 뙤약볕 아래로 당당하게 걸어 나갈 채비를 한다. 
 
무언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만 같은 스무 살~
스무 살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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