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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이쁜 비올라 2022. 10. 19. 22:21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10월과 11월 지자체와 외부 기관의 밀린 강의 일정으로
하루에 세 건의 외부 강의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 동안
섬학교로 배를 타고 가는 공간에서
새치머리를 염색하는 미용실의 한 모퉁이에서
가을의 하늘을 조금이라도 들여놓기 위해
활짝 열어놓은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책상 앞에서
그렇게 이 책과 함께 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일기를 읽는 느낌이라 
작가에 대한 상상과 
그녀의 일상을 살짝 엿보는 기분으로
나의 일상을 대입시키며 읽어 나간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애완견 봉봉과의 이별이
어떻 게나 실재적인 아픔으로 다가오는지
개를 무서워하는 나도 
작가의 마음으로 돌아가 함께 슬픔을 나누고 온 시간이었다. 
 
인생이 집을 찾는 여정이라면
우리 집은 어디 있을까? 
 
언젠가는 그 집에 도달할 수 있을까? 
 
서울의 변두리 언덕위의 오래된 독채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일상이 소박하면서도
정겨워 보여 서울의 또 다른 풍경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삶에서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잇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그녀의 지인은 프랑스에서의 수녀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녀와 이웃이 되어서 살고 있다. 
 
삶에 대한 정답은 죽을 때 까지 찾지 못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던 중 욕조에서 외쳤던
'유레카'는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도 정확한 해답에 대한 응답으로
외칠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지방에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잠시 그녀가 살고 있는 언덕위의 마을로 돌려진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위해 언덕 아래로 폐지를 모아서
갖다 놓는 그녀의 마음이 
 
옥상의 물이 넘쳐 추운 겨울 
골목에 흘러내려 얼음이 된 빙판을 깨어 부수던 애처로운?
장면이 
그리고 무엇보다 성곽을 돌며 산책하는 그녀의 모습을
따라가는 여정이 정겨운 것은 
일상의 모든 삶을 그 시간속에서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들과 그 시간 속에서 논의되는 많은 모순들이
작가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으로 자라나기를 바래 보았다. 
 
봉봉을 잃은 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절절한지
책의 많은 부분을 봉봉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만
오히려 더 인간적이란 느낌에서 같이 아파해 주었다. 
 
책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일상이
바라다 보이고
그 생각들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고 관찰한
현실에서 무언가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소설가가 사람인 한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는 일이 영영 불가능하다면,
소설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대상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장르인 것은 아닐까? 
 
그녀의 문장 중에 몇 문장을 골라본다. 
 
"초여름, 빛이 사그라지는 시간에는 특유의 정취가 있다.
모든 사물들은 윤곽이 흐려지고,
그 대신 냄새와 소리가 부풀어 오른다." 
 
"눈부시게 철없던 해맑던 우리의 날들은
어느 사이에 저만큼 멀리 달아났을까?
영원할 줄만 알았던 그 많은 날들은......" 
 
"생존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아야만 했던 한 인간이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누군가의 귓가에 가닿는
목소리를 획득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건
눈이 부시다." 
 
책의 내용으로 보아 
그녀는 이제 막 40대를 들어선 듯 하다. 
 
문장들을 꾸미지 않고 섬세하게 다듬지 않았으면서도
뭉퉁한 감정을 담아 내는 그녀의 글이 참 좋다. 
 
섬 학교로 강의를 가는 배 위에서 
거센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벗 삼아
읽었던 순간이
지금 와서 생각하니 '행복'이란 단어와 함께 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의 매일을 빛으로 밝혀주는 지혜로운 책이 옆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삭막한 세상에 유일한 벗으로 나의 인생을 응원한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녹아 드는 순간이다, 
 
서울에 가면 그녀가 살고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그 동네가 어딘지 그곳을 잠시
엿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그녀의 모든 글 감이 탄생하는 그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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