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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이쁜 비올라 2022. 11. 26. 16:10

#커튼콜은사양할게요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꿈을 품는 것과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 중 뭐가 더 나은 걸까? 
 
오를 수 없는 나무를 목 빠지게 올려다보며 비참해지는 것 보다는 사소한 꿈을 어렵게
나마 실현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훨씬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스물 여섯 살의 조연희~ 
 
학창시절 연극배우를 꿈 꾸었던 그녀는 연극과는 관계없는 '출판사' 라는 낯선 곳에 사회생활의 첫 발을 들여다 놓고 그 톱니바퀴 속에서 자기 일이 아닌 듯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나날을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지만 다음달 결제할 카드 값과 매달 나가는 달세가 그녀를 계속 현재의 자리게 머물게 한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일 밖에 모르는~
일과 결혼한 것 같은 팀장의 지긋한 잔소리와 요령껏 피해 다니며 적당하게 회사생활을 해 나가는 그녀의 직속 상사 성대리의 이중 하모니는 사회초년생이 맞닥뜨린 세상을 더욱더 황폐화 하게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회사에 출근해서 그녀의 자리를 지킨다. 
 
 어느 곳에도 없는 그녀의 자리에 그나마 위안이 되어준 거래처 스튜디오의 권실장! 
 
그러나 그에게는 오래전부터 사귀던 애인이 뉴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는 보지 말자, 너 같은 쓰레기랑은 이제 진짜 끝!" 하고 결별을 통보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며 사진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가'를 강조하는 권실장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어려운 일만 있으면 그를 떠올린다.  

 

 


 
학창시절 같이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을 했던 친구 장미와 다가오는 공연 준비를 하며 
 
'연극이 내 삶 속으로 깊이 틈입해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며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던 스무 살 어느 여름날의 기억은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현실! 
 
출판사에서 부록과 함께 출시되었던 책이 홈쇼핑 런칭으로 대박을 치는 것도 잠시,
책과 함께 판매 되었던 부록 제품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와 함께 부록 제품을 사용한 어린 아이들에게 부작용 발생 민원이 접수되면서~ 
 
제품의 리콜은 물론 전 출판사 직원이 대 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되는 시점에~
학창 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 후 사회에 나와서도 유일하게 연극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장미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장미의 인생에 한 가닥 빛이 될 것을 예고했던 공연 작품의 주연 배우 k의 데이트 폭력 문제로 연극 공연이 잠정 중단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어지는 푸념들~ 
 
"어떤 사람이 싫어지고 피하고 싶어지는 건 그 사람이 내게 나쁘게 굴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그 사람이 나의 무언가를 계속 건드리기 때문에.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싫은 거야.
나는 네가 불편해. 
장미야, 당분간 나 에게 연락하지 마. 이만 끊을께." 
 
회사에서 얼키고 설킨 사건으로 그녀의 자리에 대한 보장의 확신도 흔들리는 시점에 걸려온 친구 장미의 전화에 연희는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하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비극의 본질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친구 장미는 성북동 옥탑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연극에서 어떤 대사 한마디가 극중 인물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듯이,
어떤 말은 내뱉는 순간부터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어떤 슬픔은, 어떤 울음은, 속수무책으로 통제 불가능하다.  
 
친구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에 온몸이 짓눌리는 느낌을 느끼며  그녀의 주검을 확인하러 가는 옥탑방 계단에서 연희는 몇 번이고 휘청거린다. 
 
 불량품 부록을 끼워서 판매하자고 제안했던 본부장은 회사 윗선의 빽으로 살아남고 회사를 위해 일 밖에 몰랐던 팀장은 모든 사건의 책임을 스스로 지고 사퇴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으로 퇴장(권고 사직인데 이직이라고 거싯말)하는 성대리의 마지막 퇴장을 아름답게 완성해주는 연희. 

 


 
스튜디오에서 사직한 권실장 또한 뉴욕으로 떠나고 연희는 그와의 정식적인 이별을 통보한다. 
 
연극 무대에서 공연이 만족스럽게 끝나고 환한 조명 아래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범벅이 된 채 번들거리던 얼굴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연희를 매료 시켰던 연극의 속성이 실제 삶의 무대에서는 잔인한 가르침으로 돌아와서 그녀를 짓누른다. 
 
'꿈을 이루지 못한 나 보다 꿈꾸던 시간조차 지워버린 '나'가 더 싫었다.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되지 못하는 희곡이 세상에는 더 많다. 
 
냉혹한 현실이 끝나고 그 고비를 끝내는 순간 우리 삶은 또 하나의 막이 열린다. 
 
깜깜하고 막막한 시간이 지나고 있을 우리 주변의 모든 연희와 장미에게 포기하지 않을 응원을 보낸다. 
 
내 마음이 고단했던 순간 이 책을 읽었다.
내 마음에도 새로운 행복의 기운이 다가오겠지~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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