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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사라진 소녀들의 숲

이쁜 비올라 2022. 12. 11. 19:56

사라진 소녀들의 숲~ 

 

 


 
대학과 대학원 제자들의 종강
그리고 기말고사 문제 출제, 각 기관의 강의 마무리 등
한 해의 마지막을 분주히 마무리해야 될 시점에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 소설책 한 권을 잡게 되었다. 
 
일에 파묻혀 살면서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이 책 읽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일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 주위의 모든 풍경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 
 
일주일을 예정하고 잡은 책인데 4일 만에 완독 했다. 
 
13세기 고려시대 말!
몽골의 지배를 받던 우리 민족은 말이나 모피 같은 물품과 함께

고려의 여인을 공물로 바쳐야 했다.
고려 귀족 가문이 몽골 지배층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딸을

타국에 공녀로 보냈다.


공물로 여인을 바치는 악습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와서 몽골이 멸망한 이후

명나왕조때에 와서도 힘없는 나라 조선은 전쟁을 막기 위해

11세~18세의 소녀들을 명나라에 공녀로 보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처녀들을 끌고 가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1337년 '이곡'이 원나라의 몽골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한다. 
 
당시 딸을 낳으면 타국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딸의 존재를

숨기고 키웠기에 가까운 이웃조차 이웃의 딸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절이 와서 조선 제일의 미녀를 차출 하기 위해 집집마다 뒤져서

공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던 시절 딸을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조선의 아버지들은 일부러 딸의 얼굴에 칼 자국을 내고 뇌물을 바쳐

사절의 탐욕을 채우고 자신의 딸을 대신할 누군가를 보내기 위해 험악한 일들을 자행했다. 
 
이야기는 1426년 조선, 13명의 소녀가 제주의 숲 속에서 사라진

슬픈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이었던 민종사관은 제주 숲에서

사라진 처녀들의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제주로 갔지만 행방이 묘연해 지고

그의 딸 민환은 1년이 지난 시점에 아버지의 죽음을 통보 받는다.  
 
민환은 어느 날 복선이라는 여자가 보낸 불에 탄 아버지의 사건 일지를

전달 받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민환은 남장을 하고

제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는다.
제주!
민환에게 제주는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다.
또한 그곳에는 신 내림을 받은 동생 매월이 무당인 노경 심방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민환의 기억은 과거로 돌아가 있다. 5년 전 아버지는 고집스러운

동생 매월의 버릇을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매월을 제주 숲에 버리고 오고

이후 매월과 민환은 기절한 상태로 숲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날 서현이라는 여자의 시체가 제주 숲에서 발견된다. 
 
민환이 제주 노원의 노경 심방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또 다시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체가 숲에서 발견되고 그곳에서 술 꾼 유선비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 사건 일지를 적어가며 추적해가는 민환의 행보가

아슬아슬하면서도 감동적이며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있던 동생 매월과의 감동적인 연대가 이어진다. 
 
책의 저자 허주은은 책 머리에 동생과의 화목하지 못했던

10년 간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가 단지 역사적 슬픈 사건을 들추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민환과 매월 자매의 화해의

모습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 내림을 받은 동생을 두고 제주를 떠나 목포에 정착한 민환과 매월은

5년 간 편지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았지만 5년 만에 만난 이들 자매 사이에는 많은 오해가 얽혀있다. 
 
민환이 제주 옛 집에서 만난 아버지를 닮은 문총장과 그의 딸 채원~ 
 
아버지의 단서를 찾아 떠나면서 마침내 발견한 아버지의 시체와 범인의 단서가 되는
#안개  #노을 이라는 단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 전개는
주말 하루 200 페이지 분량의 담은 뒷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 한 권을 완독 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위안부 라는 이름으로 팔려갔던 한국 여인의 아픈 역사는

이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공녀라는 명칭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나가는 순간을

목격하며 분노하고 감동 받는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교훈과 함께 자매의 끈끈한 화해의 장면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자매의 연대와 따스함이 있어 이 소설은 더욱 빛난다. 
 
민환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목포로 돌아가지 않고 제주에 남는다.
사랑하는 동생 매월과 함께 삶을 함께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소원대로 두 딸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집으로 가야지" 
 
마지막 민환이 매월에게 한 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라! 
 
아름답지만 스산한 풍경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진다.
강대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인간 조공 문화!
자기 딸 만을 보호하려는 아버지가 희생양으로 선택한 위험 !
민환과 매월 자매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배웠던 의무와 속박을

훌 털어버리고 자유를 선택한 주인공~ 
 
세계가 먼저 주목한 K 스토리!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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