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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어머니/막심 고리키/을유문화사

이쁜 비올라 2022. 12. 22. 01:28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이자 당대 여성주의 소설의 최고 작품인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를 읽었다. 
 
이 작품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막심 고리키의 범접할 수 없는 필력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을유문화사의 선물로 받게 된 을유세계문학전집 '어머니' 
 
1927년 스탈린의 시대가 열리면서 러시아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탄생하였다.
이 소설은 이 보다 훨씬 전인 1906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07년에 세상 밖으로 나온 작품이다.
1905년 1월 22일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시작된 러시아 농민들의 혁명을 목격한 고리키는 이 작품 집필을 시작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문화 예술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이 아닌 인민 대중의 것이어야 하며 인민 대중에게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바탕 아래 일정한 형식과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면
주인공은 젊은 남성이어야 하며, 주인공이 도착한 지역은 기술적, 경제적, 사상적으로 퇴보 된 곳이어야 하며,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부패한 공무원이나 관료주의자 등 구조적인 문제를 척결하고 과업을 진행 하는 등...... 
 
즉 사회주의 리얼리즘에는 성장 소설의 많은 요소들을 포함한다. 
 
고리키의 작품 '어머니'는 건설이나 과업 달성보다도, 러시아의 평범한 하층 계급인 노동자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한 여성이 단순히 모성애로 아들의 뒤를 이어 혁명 활동에 참여했다가 스스로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고 깨어나면서 의식화 되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술주정뱅이 남편의 폭력에 맞설 자신이 없어 폭력은 자신의 삶에서 숙명과도 같은 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던 여성 닐로브나!
 
"인생은 천천히 고르게 어디론가 혼탁한 흐름이 되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흘러갔고 삶 전체가 확고하고 오래된 관습대로 언제나 매일매일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똑같은 일을 하는 데 묶여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삶을 변화 시키려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노동자 계층의 소외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 속에서 여성과 같은 물리적 약자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지를 한 여성의 삶과 경험을 통해 웅변한다. 

 


 
고리키는 사회주의 혁명가로서 20세기 공산권 전체를 지배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문예 사조의 창시자다. 
 
혁명 단체에서 활동하며 목격했던 노동 계급 여성들 사이의 연대와 우정을 작품 속에묘사하며 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한 여성을 통해 노동자의 정체성을 갖추고 스스로 의식화 되어가는 과정을 완성해 나간다. 
 
오랜 노동과 남편의 폭력으로 망가진 닐로브나는 언제나 뭔가에 의해 다칠까 봐 겁내는 듯 넓은 타원형 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갈라지고 부어 있었으며 어둡게 빛나는 눈은 불안하고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술주정뱅이 남편이 어느 날 탈장으로 죽고 그는 아들 파벨과 함께 살아간다. 
매일 술에 만취해 들어오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조용해진다. 어머니는 아들 파벨이 공장 청년들과는 다르게 변해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무언가 책을 읽고 노동으로 번 돈은 모두 집에 갔다 주고 시간이 흐를수록 말 수가 줄어들고....... 그렇게 2년이 흘러갔다. 
 
어느 날 아들은 어머니에게 얘기한다. 
"나는 금지된 책을 읽고 있어요. 이 책들은 우리의 노동자의 삶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요. 만약 이걸 가지고 있는 게 발각되면 나는 감옥에 갇힐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삶!
아들 주위에는 노동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갔다 온 동지들로 가득하다.
공장에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썬 전단지가 나돌고 사건 배후 인물로 아들이 잡혀간다.
그리고 다시 5월1일 노동절!
노동자들의 권익을 외치며 깃발을 들고 거리를 나섰던 아들은 동료 안드레이와 함께 
다시 감옥으로 잡혀가고 그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아들의 뒤를 이어 공장에 몰래 전단지를 전달하고 다른 혁명 운동가와 함께 외딴 지역을 여행하면서 어머니 닐로브나는 농촌을 의식화하기 시작하면서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비인간적인 삶을 직시하게 되고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존재로 재탄생해 나가며 노동자 계급에 대한 위치에서 사회의 불평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리스도교 국가인 러시아의 종교적인 특성이 담겨있다.
고리키는 아들 파헬을 노동자의 영웅으로 묘사하며 예수의 형상으로 대표하고 있다.
파헬은 사회주의라는 이론적인 논리와 함께 내면의 힘을 가진 존재다. 또한 어머니 닐로브나는 모성과 감성이 풍부한 성모 마리아의 형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어머니는 예수와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나선 아들을 위해 희생과 구원의 상징인 성모 마리아의 모델로 인간 전체의 고통에 눈물 흘리고 감싸 주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고 의식화 된다. 
 
이 책은 20세기 초 러시아가 현대적인 국가로 탈바꿈하기 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작가 고리키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혁명가로서 이후 이에 반하는 작가를 파멸로 이끄는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작품 '어머니'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는 걸작이다. 
 
러시아의 대 문호 막심 고리키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명작과 마주했던 행복한 순간이 지난다. 
 
글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에 관해 온전히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장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완벽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날 수 없었다면 !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어떤 찬사도 붙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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