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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추천:바람에게도 고맙다/김재진 시인

이쁜 비올라 2022. 12. 22. 02:55
바람에게도 고맙다~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 의 세계는 나 같은 범인이 근접할 수 없는
난해함의 저장소라고 늘 단정 짓고는 했다. 
 
시적 언어 속에서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음미하다 보면
언제나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하고 마는 마라톤 선수를 상기하게 된다. 
 
시의 언어는 왜 이렇게 어렵지?
꼭 이렇게 난해한 언어로 독자들의 사고를 자극해야 시는 완성이 될까? 
 
#바람에게도고맙다 
 
나 같은 독자에게 이런 고마운 시집이 있을까!
읽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단어, 아름다운 문장
읽는 순간 세상의 아름다운 감정이 나의 내면을 자극한다. 
 
시의 언어가 꼭 어려워야 사람을 감동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재진 시인의 시집을 통해서 확인한다.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고맙고 벅찬 밤이다.' 
 
'모란의 낙화는 추락이 아니라 몰락이다.
화려하던 꽃잎은 시들고 메말라 바닥으로 떨어지고,
싱그럽던 향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사람의 마지막 또한 마찬가지라 모란처럼 지는 죽음은 흔해도
동백처럼 단아하게 지는 삶은 많지가 않다.' 
 
'깨달음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생의 시간이란 길이로 잴 수 잇는 것이 아니라 내용으로 측정 된다........
굴곡의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잠 안 오는 밤 또한 유용한 수업이다.'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다. 내 밖에 있던 어떤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바깥과 안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어려움은 대상을 존재 상태로 두려 하지 않고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생긴다.'  
 
'혼돈이란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심할 때 일어나며 이 상태에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김재진 시인의 '바람에게도 고맙다' 를 읽으며 내가 느낀 사실이 있다. 
 
 
 

 
시는 어렵다가 아니라!
독자가 읽었을 때 해석이 어려운 시를 그동안 내가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짧은 문장 한 줄에서도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쉽고 이해하기 쉬운 시적 언어로도 충분히 독자 내면의 울림을 자극하고 포착할 수 있다.  
 
'겨울이 깊으면 어디선가 숨죽인 해 봄이 움튼다.
왔다 싶으면 그 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며
계절은 또 한 번 순환할 것이다.
항상 그대로이지 않는 것을 가리켜 무상이라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정말 순환하고 변화한다. 
그런 순환 속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듯 한때의 친구가 적으로 바뀌고,
적이었던 존재가 친구가 되는 일은 흔하고 흔한 인간의 일상이다......' 
 
'증오와 저주의 언어는 저항을 부르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타인을 향해 던진 저주와 증오는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모든 것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 미움이 부메랑 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사랑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줘야 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작가가 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사고의 세계를 걷게 되고 때로는 감정의 위안을 받는다. 
 
글쓰는 작업이 육체적 노동의 작업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어떻게 공짜로 얻어질 수 있는가! 
 
김재진 시인의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일상에 잊고 있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소환해 내기에 충분하다.
잠시 휴식하고 현란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담백한 사랑스러운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마음의 정화를 경험한다. 
 
 

 
시의 세계에 대해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수용하는 자세를 가르쳐 준 책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한 줄 카피와 함께 곁들여진 그림들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시인의 솔직한 언어의 풀어냄에서 그 정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 상 위에 올려 놓고 가끔씩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 다듬기에 좋은 시집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제목부터 감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