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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파도/카이절링/세계문학/세계문학전집

이쁜 비올라 2023. 1. 3. 22:59

#파도 

 


 
이 소설을 통해 19세기 후반 활동했던 독일 데카당 문학을 대표하는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의 오묘하면서 우울한 문체들을 만났다. 
 
이 책에는 총 세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하모니 
 
첫 번째 이야기 '하모니'는 이야기의 끝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까지도 전체적인 줄거리를

내 머리 속에서 종합해 보느라 조금 힘들었다. 
 
카이절링의 특징인 간결한 문체가 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을 증발해 버리게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귀족들의 내적 붕괴가 가져오는 문화적 충격에 

책을 읽고 한참을 카이절링 작품 속에서 서성이게 된다. 
 
유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귀족부인 안네마리는 남편 펠릭스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자신과 동질적인 인물인 삼촌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런 아내에 대한 사랑에 질투하면서도 자연의 본성을 가진 하녀와 내연 관계를 맺는 펠릭스~
결국 안네마리의 자살로 이야기는 결말을 맺지만 
무언가 한대 맞은 느낌 이랄까! 책을 읽고 나니 !!!
 
카이절링은 세 가지의 이야기에서 '붉은 여인' 과 '하얀여인' 이라는 대립되는 여인상을 구현해 내고 있다.
붉은 여인은 자연적인 성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인이다.
하얀 여인은 문명화된 유미주의적 삶을 상징하는 여인이다.  
 
#파도
늙은 쾨테 백작과 결혼한 도랄리체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성에 초대된

시민계급 출신의 화가 한스와 사랑에 빠져 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한다.
두 사람은 도주해서 바닷가 모래 언덕 위의 집을 빌려 살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 부틀레어 남작 가족을 만나게 된다.
도랄리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부틀레어 남작의 딸과 아들~
그리고 큰 딸 롤로의 약혼녀 힐마르까지~ 
 
도랄리체는 젋고 아름다우며,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적인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매력으로 모든 남성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화가 한스는 묘한 질투를 느끼게 되고 태풍이 부는 날

바다로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는 늙은 귀족 남편을 버리고 젊은 화가를 택하면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당당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모습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파격적인 사건이다. 
귀족여성들 사이에서 바람기 있는 백작 부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모든 문명화된 삶으로부터의 일탈과 자유와 모험을 위한 시도에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 한스와의 갈등과 엇갈림은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자연이 남편을 앗아 감으로써

그녀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함께 홀로 남는다. 
 
그녀 곁을 모두 떠나고 마지막 곱추인 추밀 고무관이 그녀와 함께 남는 장면은 반전이다! 

 


 
#무더운날들  
 
세 번째 이야기는 카이절링의 섬세한 묘사와 탁월한 상징적 공간 묘사가 정점을 찍는다.

이 작품에도 그의 특기인 두 여성 상을 내 세우고 있다. #하얀여인 #붉은여인 
 
주인공 빌은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떨어져 누이들과 휴가를 가는 대신 여름 동안

아버지의 영지에서 공부를 하며 보내야 한다.
가족들에게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여름을 같이 보낸다는 것은 최악이다. 
 
이러한 지루한 일상에 한 줄기 기쁨은 영지 근처에 사는 고모 집안의 소녀들이다.
빌은 사촌인 게르다를 사랑한다. 
그러나 커다란 사건 하나가 그의 삶을 혼란으로 가득 채운다.
아버지와 사촌 누나 엘리타(게르다의 언니)가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삼촌과 조카의 사랑이 나온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이런 로맨스는 흔한 사건이었는지!! 
 
엘리타에게는 약혼자인 사촌 벤트가 있다. 벤트에게 적대적인 아버지의 태도에 당황하고

어느 날 서재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를 움쳐 보게 되는 빌~ 
 
고모네 가족이 이사를 가고 아버지는 죽음으로 발견된다. 
 
빌은 아버지의 절망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어두운 밤 하녀와 밀회를 즐기고 돌아오는 숲 에서 아버지의 시신과 마주한 그곳에서 
 
"우리가 겪어온 일들에 대해서도...... 네가 늙어 가는 남자에게 준 마지막 행복에 대해서도......"
삼촌인 아버지가 조카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면서 했던 대사!! 
 
아버지와 사촌누나 엘리타의 관계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귀족 인물들이 동일한

삶의 상황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 모두 삶에 있어 자연적인 욕망을 배제 당한 채 양식화된 귀족적 삶에 고통받고 있다. 
 
 
이 책의 세 가지 이야기는 유미적인 삶을 살아가는 귀족들이 내적으로 붕괴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쇠락하는 문명을 몰락을 보여준다. 
 
카이절링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소설 속에 담겨져 그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처럼 여겨진다.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젊은 세대와 
문명화된 삶을 지키고자 하는 늙은 세대 간의 갈등 속에서 
철저하게 통제된 삶을 살아가는 귀족들의 내적 붕괴를 다루고 있는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카이절링의 문학에 완전 몰입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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