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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하이네 여행기/을유세계문학전집

이쁜 비올라 2023. 11. 18. 12:54

하이네 여행기 

 


 
독일에 머물던 시절 괴테의 생가는 내가 머물던 곳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을 걷다 무언가 볼 일을 보다 괴테의 생가를 지나칠 때면

독일 최대 문호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풍요로웠다. 
 
괴테, 실러와 함께 19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책

'하이네 여행기'와 함께 새벽 독서 시간을 보냈다. 
 
하이네의 시는 슈베르트의 가곡 '로렐라이'를 통해 알게 되었고

시의 대명사로 알려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학창 시절 뿔난 감수성을 달래기도 했다. 
 
초창기 하이네의 낭만주의 시풍에 매료되었다가 독일에서는 낭만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한  허무주의나 민족주의 성향의 시들이 더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대계 혈통으로 인하여 나치 독일 시기 내내 그의 책은 금서였다.
심지어 나치가 주도한 집회에서 불태워지기도 하였는데

여러 편의 시가 작자 미상으로 쓰여졌다. 
 
이 책에 담긴 하이네의 시는 사실상 나에게는 많이 난해하다.
시인은  대상을 형상화하는 과정에 범인이 이해하기 힘든 묘사로 글을 이끌어간다.  

 

 


 
'서쪽에서 새 한 마리 날아와
동쪽으로 날아간다.
동쪽에 있는 고향의 정원엔
온갖 향신료가 향기를 풍기며 자라나고
야자수 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시원한 샘물이 솟는다.
그 기적의 새는 날아가며 이렇게 노래한다. 
 
"그녀는 그를 사량해!
그녀는 그를 사랑해.......' 
 
'가난한 섬 주민들은 이곳에서 종종 비슷한 감정을

느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신한 가난한 섬 주민이 달콤하게 구워 낸 온갖 욕망을 맛본 다음 
마침내 휴양객을 닮은 아기를 낳는다면 이것은 쉽게 설명된다.


섬 주민 여성의 미덕은 못생긴 얼굴과 적어도 나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생선 비린내 때문에 당분간은 보호된다.
그녀들이 낳은 아이가 이곳을 찾은 휴양객의 얼굴을 닮았다면.......' 
 


하이네의 언어유희는 탁월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늘 그의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고

그가 담아내는 언어의 숲에서 헤매인다. 
 
글을 좋아하고 몇 편의 책을 출간했지만 나는 늘 시인을 동경한다.
시인을 언어의 마술사라고 하지 않는가! 
 
사물을 풍자하고 대상을 은유하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책에는 하이네의 시와 함께 단편적 연상의 산문집이 함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시와 산문이 유사한 형태로 연대하며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그의 글들에는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과 고전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서
책을 읽으며 각주를 따라서 새로운 이야기를 검색해 보았다.
 
하이네는 프랑스를 평생 흠모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활발히 일어나던

당대 영국인들의 이해타산적 태도는 싫어했다.  
 
'태양은 하늘 높이 
흰 구름에 둘러싸여 있었고,
바다는 잔잔했다.
조타실에 누워 생각에 잠긴,
꿈꾸듯 생각에 잠긴 나는..... 
비몽사몽간에 예수를,
세상의 구세주를 보았다.' 
 
 하이네의 여행기는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번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번역본이 너무 좋다. 

 

 


 
이 책은 하이네가 북해의 노르더나이섬에 체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글들이다. 

독일어권 작가 중에서 바다의 매력을 이처럼 섬세하고 강렬하게 다룬 작가는

하이네 이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그의 글은 강렬하다. 
 
 불행한 사랑, 응답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가 하면, 완전한 사랑의 이상이 허구임을

폭로하는 복선을 깔아 놓은 글들도 보인다. 

 

 


 
하이네의 작품을 따라가는 시간은 그의 시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과 같다.
하나 하나의 작품 조각이 원대한 나선형으로 연대해가며 전체적인 큰 그림을 완성한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전통적인 고전주의 시와 현대 시와 매개되는 느낌을 받는다.

자유로운 시 형식을 따라가면서 일정한 시의 운율이 파괴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여행자의 기록을 이렇게 유희적인 표현으로 담아낸 산문집을 이전에 보지 못했다. 
 
몇 번을 읽고 사유 하면서 하이네의 세계에 푹 빠져서 지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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