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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마주/최은미 장편소설/창비

이쁜 비올라 2023. 8. 30. 07:40

마주~ 

 


 
최은미 작가의 장편 소설 #마주  
 
한여름의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저녁 퇴근 후 무심코 잡았던 책인데
밤을 꼬박 새게 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내용으로 연결되지만

책에 등장하는 인물 묘사가 현실과 너무 흡사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2020년 여름과 겨울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그렇게 바꿀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
그때의 순간들이 다시금 이야기를 통해 소환되는 느낌이다. 
 
책 속에서 수미는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두 달 동안 세상과 격리가 된다.
주인공 나리의 기억 속에 있는 시큼한 냄새의 정체는 
어린 시절 살았던 충청남도 여안의 이웃집 만조 아줌마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묻어 나온다. 

 


 
비탈길에 일구어진 사과밭과 결핵 환자들의 집단 마을 딴산
그리고 코로나의 폭풍으로 힘들었던 도심 상가의 나리공방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죄인 취급을 받았던 그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옛날 이야기로 흘러가 버리나 했는데 책을 통해 생생하게 다시금 머리 속에 등장한다. 
 
결핵 보균자가 되어 찾은 병원에서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초반의 이야기가 너무 일상적인 흐름이라 중반에 무언가

획기적인 사건이 터지나 하는 기대로 계속 읽어나갔지만 커다란 변화는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다가오며 결말로 이어진다.
한 상가 건물에서 3년을 갇혀있다시피 한 할머니가 코로나가 터지고

확진자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학원이 입점해 있는 상가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의 출현으로 학생들은

학원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아~ 그 시기가 그런 시기였지!
나도 모르게 그 긴박했던 3년 전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안되던 그때
확진자가 되면 죄인이 되던 그때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이웃집 수미, 그리고 그의 딸 서화
우연히 만조 아줌마를 찾아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 두 사람 
 
어린 시절 여안에서의 기억을 되살리며 사과 농장에서 사과를 따고
사과 축제까지 참가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품삵 대신 최고 좋은 사과를 받아서 술을 담았던 만조 아줌아의 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여안에 이웃한 딴산의 주민들
결핵으로 정신병으로 간질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격리된 그곳 사람들은
만조 아줌마의 사과 농장에서 일을 하며 처음으로 딴산 마을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다. 

 


 
뉴스를 통해 딴산 마을 주민의 집단 코로나 확진
마을 입구가 차단되고 기저질환자가 대부분인 그곳에서 사람들은 죽어간다. 
 
수미의 딸 서화는 국민 청원을 올리고
마침내 딴산 확진자들을 위한 병동이 마련되고~ 
 
한편의 영화를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최은미 작가의 글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글을 읽어가면서 절로 느끼게 된다. 
 
인간의 삶과 마음을 이렇게 잘 관찰하고 묘사할 수 있을까? 
 
문득 이러한 소재는 다 어디서 나올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팬데믹이 우리의 역사에서 이제 과거의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순간~ 
 
만조 아줌마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나요?
주인공 나리는 20여 년이 지난 시간 찾아간 여안에서

봉사자를 통해 그 질문을 받게된다.
어린시절 집에서 갇혀지내는 나리의 일상을 안타깝게 여겼던 만조 아줌마는

나리의 엄마와 일종의 계약을 하고 방학 동안 나리를 맡아 서 돌본다. 
 
그러나 나리의 입에서 만조 아줌마의 거친 말투가 새어 나오는 순간 
부모님은 더이상 나리를 만조 아줌마에게 보내지 않았다. 
 
세상이 달라지고 삶의 패턴과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사회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감동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우리 모두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나 삶의 지향점이 다 있다.
시골 장을 돌며 결핵에 좋다는 닭간을 모으는 만조 아줌마 같은 사람도 말이다. 

 


 
2020년 여름에서 겨울까지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시간을 보낸다.
모두에게 아픈 시간이었다.
입학식도 하지 못했다.
같은 반 학생들이라도 홀수 짝수로 학교에 등교하면서 전체 반 아이들이

온전한 한 반을 이루는 시간이 없었다. 
 
원격 수업을 통해 수미의 이상 행동이 화면으로 노출되고 딸 서화가 두려움을 안고 
나리의 공방으로 숨었던 시간....... 
 
모두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시기의 이야기다.
딸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는 수미의 마음에도 이제 평화가 왔을까?
나리와 만조 아줌마의 연결은 감동이라기 보다는 아름답다. 
 
책을 읽으면서 2020년 그 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픈 기억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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