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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아무거나 문방구

이쁜 비올라 2024. 3. 19. 19:21

아무거나 문방구 

 


 
유년시절을 돌아보니 난 참 유달리 책을 좋아했다.
책을 잡으면 밤을 새워서 책을 읽고
부모님이 심부름을 시킬까 봐서
몰래 어두컴컴한 쌀통이나 다락방에 숨어서
꼼짝 않고 책을 읽었다. 
 
쌀통에서 하얀 쌀 가루를 뒤집어쓰고 나오는
나를 보고 할머니는 매번 야단을 치셨다.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하냐" 
 
고인이 되신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그때 우리들은 책 한 권을 반 친구들이 다 돌아가며
읽었다. 
 
당시  버넷의 '장편소설 소공녀'에 등장하는
사라는 나의 롤모델이었다. 
 
생일날 선물 받은 소공녀 책 표지가 떨어져 나갈 때 까지
읽었는데, 매번 읽을 때 마다
주인공 사라가 불쌍해서 울었고,
민친교장이 미워서 혼자서 온갖 욕을 다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요즘의 아이들을 볼 때면
염려도 되고 우리가 자랐던 그 시대의 문화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인 정은정 작가의 '아무거나 문방구'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현 시대를 도깨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풍자하고 있다. 
 
옛날 깊은 산속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살았다.
도깨비는 마을에 불쑥 나타나서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내기를 걸 곤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이제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거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손에 든 핸드폰만 들여다 본다. 
 
그리고
도깨비도 이야기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느 날
고양이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 때문에 
몇 년 째 텅 빈 가게를 인수한 김씨 라는 사람이 
그곳에 아무거나 문방구를 개업했다. 
 
아무거나 문방구의 주인은
사실 김씨의 모습을 한 도깨비다
그리고 그 문방구에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굶어 죽은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가 있다. 
 
아무거나 문방구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팔고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모은다. 
 
"이야기는 아무거나 다 돼!
가치 없는 이야기는 세상에 없으니까" 
 
나이 든 엄마가 부끄러웠던 제이는 '젊어지는 달달 샘물' 을 사갔다.
집에 있는 강아지를 괴롭히는 영재는 '강아지 가면'을 샀다. 
 
누구나에게 거절을 못하는 나리는 '신나리 도깨비감투'를 샀다.
언제나 동생만 이뻐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지우는 
'더블더블컵'을 가져왔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먹은 제이의 엄마는 제이 보다 어린 아이가 되었고,
강아지 가면을 얼굴에 쓴 영재는 본인이 강아지가 되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모두 다 들어주는
나리는 신나리 도깨비 감투를 쓰면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
더블더블컵에 한 손과 한 발을 넣은 지우 동생의 
손과 발은 흉측하게 두 개가 되었다. 
 
그들은 원래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미운 짓을 많이 했는가를 반성하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도깨비에게 팔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도깨비의 장부에는 다시 이야기가 쌓여가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너무나 재미있는 동화다.
참!!
어처구니 없게도 동화를 읽어도 
감동적인 구절이 나오면 코끝이 찡해진다.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요즘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면 좋겠다.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를 수집하는 도깨비
우리 동네 문구에도 아이들의 사연을 수집하는
도깨비 같은 아저씨, 아줌마가 있으면 좋겠다. 
 
게임, 유튜브 영상, 오락,
스마트폰에 빼앗긴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려주는 이야기 도깨비가 
우리 동네에도 나타나주면 좋으련만 
 
이 참에 내가 그 도깨비가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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