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지구 한바퀴/체코

프라하의 여름 (첫번째 이야기)

이쁜 비올라 2011. 6. 27. 23:59

 

2008년 여름 고 2 아들을 데리고 유럽 배낭 여행길에 올랐다.


주위 사람들은 수험생을 데리고 배낭여행이라니.....


대한민국의 간 큰 엄마라고 다들 말렸지만 2006년 첫 유럽 배낭여행 이후 언젠가


꼭 한번 아들에게 유럽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을 보여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은터라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온라인 투어를 통해 프라하 in 부다페스트out 의 에어텔 자유여행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기로 한 여행 기간이 대한민국 국민 휴가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8월 초이다 보니 여행 상품 금액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여러 차례 담당자와의 메일 교환 후 결국엔 호텔은 포기하고 항공권만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기간은 총 10박 11일 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능을 앞둔 수험생인 아들과 1년 12달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레슨 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 그 기간은 아주 길고도 소중하며 값진 날들이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있어 여행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여행기간 중에 있어 1분 1초의 시간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 책자와 인터넷 여행카페 가입, 심지어는 3시간을 달려 배낭여행 카페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에 까지 참석해 닥치는 대로 여행 정보를 수집하며 차근차근 사전 준비를 해 나갔다.


여행 준비 말미에 친한 선생님 한분이 같이 따라 나서길 원해 우리의 여행인원은 나와 아들을 포함한 3명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아들을 동행한 나의 꿈같은 2번째 유럽 배낭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인천을 출발(8월1일13시35분.KLM항공866편)한 비행기는 -암스텔담을 경유(8월1일17시55분 도착-19시25분 출발KL3123편)하여 한국과의 9시간 시차(여름엔 섬머 타임 적용)를 남기며 8월 1일 늦은 저녁 프라하에 도착(8월1일20시50분)하였다.


<프라하의 여름>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여름은 행운의 계절이다.


우리가 프라하에 도착 했을 때 밤 9시가 가까운 시간 이었는데도 프라하의 밤하늘은 총총한 별 대신 아시아의 강대국 한국에서 온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듯 아직은 푸르름이 남아 있는 한국의 초저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서유럽과 동유럽은 여름엔 해가 5시쯤이면 떠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진다고 하니 나같이 시간이 없는 여행자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무더위의 절정을 달리고 있을 8월 초의 한국 날씨와는 달리 적당히 더우며 시원한 바람까지 간간히 불어와 주는 프라하의 날씨는 여행 초반의 나에게 천사의 날개를 달아다 주는 기분 이었다.


프라하는 나에게 있어 2번째 방문이었다.


2006년 왔을 때 신세를 진 한인 민박집 보헤미안 사장님의 부탁으로 한국에서 몇 권의 여행 책자와 부탁한 카메라를 가져다 주었던이 사장님께서 친히 공항 픽업을 나오셨다.


민박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이 고단 했던지 아들은 코를 고는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창밖으로 보이는 프라하의 밤도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깊어 가고 있었다.


<8월 2일>


오늘은 프라하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구경하기로 한 날이라 민박집에서 차려 주는 맛있는 한식을 먹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트램을 타기 위해 큰길가로 나서니 길가 곳곳에 낯익은 홍보용 게시물이 보인다.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SAMSUNG의 홍보 게시물을 발견하니 정말 반갑기도 하고 새삼 애국심까지 생긴다.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트램이 우리 눈앞에 멈춰 선다.


근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트램을 처음 타 보는 아들이 내가 타는 걸 보고 어떻게 타는지 보고타야 되겠다고 늦장을 부리는 사이 트램의 문이 닫히고 어떻게 조치할 틈도 없이 아들과 조 선생님을 창밖에 세워 둔 채 트램이 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순간 당황해서 창밖에서 멀어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 역시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멍 때리는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나를 보며 애처로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내 옆의 갈색 눈동자의 노 신사분이 우리의 상황을 이해 한다는 듯 연신 웃으며 뭐라고 쏠랑 쏠랑 체코어로 말씀하시긴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를 사이도 없이 트램은 이미 한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고 두 정류장을 지난 곳에서야 내린 나는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여행 첫날부터 무슨 이런 날벼락이...............


얼마나 뛰었을까 저 멀리 길가 바닥에 앉아 트램이 떠난 방향으로 목을 길게 빼고 있는 낯익은 동양인 두 사람이 보인다.


나를 보자 손수건을 흔들며 반가움의 아우성을 날리기 시작한다.


웬 타국에서의 생이별이란 말인가..............


같이 따라 나선 조 선생님도 유럽 여행은 처음이라 여행 준비부터 일정까지 모든 가이드를 나 혼자 준비한 상황이라 낯선 타국에서 민박 집 전화번호며 길도 모르는데 국제 미아가 될 뻔했다는 둥 난리가 아니다. ^^ㅎ


프라하에서 첫날은 이런 에피소드와 함께 시작 되었다.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의 모습.



국립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온 저녁 무렵 박물관 앞의 분수대에서 몸에 비누칠까지 하며 분수대 물로 몸을 씻고 있는


이분....... 아름다운 프라하에 이런 사람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 거리는 구시가 광장과 뒷쪽의 1365년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틴 성당





체코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바출라프 광장. 1968년 소련을 포함한 바르샤바 동맹군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았을때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장소. 1989년의 벨벳 혁명때 민주화를 쟁취한 곳






프라하의 민박집 ''보헤미안''을 떠나면서 아들과 같이





프라하 성안의 성비트 성당

해질녁의 프라하 성안의 한적한 모습

두번째 이야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