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지구 한바퀴/체코

체코의 전원 속 동화 마을 캬를 슈테인(두번째 이야기)

이쁜 비올라 2011. 6. 28. 00:01

<8월3일>


여행 책자에 조그맣게 소개되어 있는 마을의 모습이 어릴 적 늘 상상해 오던 동화 속의 그곳 같아 체코의 구석진 보석을 찾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라하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캬를 슈테인을 가기로 했다.


민박집과 한국을 떠나기 전 사전에 수집한 정보에 의해 트램을 타고 프라하의 중앙역에 내렸다. 중앙역으로 가는 트램 안에서 배낭에 태극기 깃발을 꽂은 10여명 남짓의 한국 초등 학생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그 모습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다음번 여행 때는 나도 국위 선양 차원에서 태극기를 달고 여행을 다녀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트램에서 내려 민박집 주인의 말대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을 계속 따라가 보니 중앙역이 나왔다.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를 하는지 중앙역 주변의 여기저기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매표소에서 캬를 슈테인 가는 기차표를 3장 끊었다.
미로처럼 엉킨 통로를 지나 캬를 슈테인 기차가 출발한다는 게이트로 나갔다.
배낭을 맨 여행자들이 플랫폼에 가득 서 있었다.


많은 서양인들 사이에 간간이 동양인들이 눈에 뛰었으나 한국인들은 단 우리 세 사람뿐인 것 같다.
역시나 “아직 캬를 슈테인은 한국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고 한 대의 기차가 서서히 우리가 서 있는 플랫폼으로 와서 멈추었다.
근데??.........
기차의 행선지가 캬를 슈테인이 아니다.


어딘진 모르지만 조금 전 까지 우리와 같이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 기차에 올라탄다. 그 중 한 사람에게 기차의 행선지를 물었더니 캬를 슈테인가는 기차는 아니란다.
조금 전 까지 우리와 같이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는 떠나고 한적한 플랫폼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달랑 우리 세 사람..........
아니!!!!......
캬를 슈테인이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지만 이렇게 인기가 없는 곳이란 말인가
그 곳엘 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 세 사람뿐이라니?............

암튼 모처럼의 한가로움에 우리는 아무도 없는 플랫폼 바닥에 두 다리를 쭉 뻣고 앉아서 아침에 민박집을 나오면서 길 건너 베트남 가게에서 사 온 달콤한 자두를 한입 가득 베어 물기 시작했다.
여행의 경험에서 느낀 거지만 우리에게 여유로움이 찾아올 땐 뭔가 불길한 징조가 곧 뒤 따라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곧 바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2 시간가량을 기다려도 기차는 오질 않길래 우리는 다시 매표소 쪽 으로 갔다.
우리의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곧 역시나 로 바뀌고 말았다.
안내소를 찾아 겨우 간간이 주고받은 몇 마디의 대화 속엔 중앙역 몇 구간들이 현재 공사 중 이라 캬를 슈테인 가는 기차는 당분간 중앙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트램을 타고 다섯 정류장을 더 가면 있는 스미호프역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
이론.!!!!...................
진작에 말씀을 하셔야지! 아줌마님..........
매표소에서 표를 끊을 때도 그런 얘기는 일언 방구도 안 해 놓고
거의 3시간을 허비한 지금에서야 이러시면..............
1분 1초를 아껴야 하는 우리에게 체코의 중앙역에서 허비한 3시간을 잠시나마 금전적으로 환산하니 숫자의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우린 또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 관계상? 무임승차를 하기로 하고 트램을 타기 위해 지하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계단 중간에서 만난 체코의 경찰이 우릴 째려 보고 있는 듯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러다간 오늘 여행 일정을 다 망칠 것 만 같은 분한 마음에 트램 티켓이고 뭐고 우린 곧 바로 눈앞에 멈춰선 트램에 올라탔다.
멀리 캬를 슈테인 출발을 알리는 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트램에서 내리자 말자 뛰어 온 플랫폼엔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달리는 기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체코의 평화로운 시골 모습은 프라하와는 또 다른 환상적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고 두 사람은 오전의 고단함에 지친 탓인지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체코의 아름다운 전원 도시 카를 슈테인..........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카를 슈테인은 결코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자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마을의 오솔길을 따라 2k 정도 걸어 간 곳 에 나타난 카를 슈테인 성 또한 동화 속 모습 그대로였으니깐.......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은 프라하의 작은 마을들은 내게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꿈을 가져다주는 그런 곳이다.




카를슈테인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프라하 중앙역에서 3시간을 기다려도 우리가 타야할 기차는 오지도 않고...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우리가 갔던 그 시기에 때맞춰 중앙역 일부 플랫폼 공사로 일시적으로 캬를슈테인
가는 기차가 프라하의 스미호프 역으로 바뀐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메트로를 타고 스미호프 역으로 가서
우리가 극적으로 탔던 카를슈테인 가는 기차......

한적한 캬를슈테인 역에 도착해서 아들과 한 컷...... 평화로운 전원 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역사앞 


 카를슈테인 성을 보기위해 가는 길에 위치한 음식점..........유럽은 모든게 왜 이렇게 자연스럽고 여유가

넘쳐 보이는지 
카를슈테인  성 올라가는 길..........이 길을 조금 올라가면 산 꼭대기에 위치한 카룰슈테인 성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아! 드디어 카를슈테인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14세기 왕실의 보물 창고 및 왕실의 여름 별장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카를슈테인성 주변은 정말 동화 속 마을 같이

이쁜 풍경들이 많은 곳

캬를 슈테인 성 안에서 내려다 본 캬를슈테인 마을 모습 정말 이쁘다..............



카를슈테인 올라가는 길에 사먹었던 빵....... 사람들이 이렇게 사진을 찍길래 저도 한번 찍어 보았다.

 저 멀리 캬를슈테인 성이 조금 보인다.......


캬를 슈테인의 평화로운 모습....... 저런 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했던 곳


카를슈테인 성을 나오면서 아들과 함께 방명록에 적었던 기억이...... 
카를슈테인 성에 있던 왕관이 없어지면
혹시 날 찾아오진 않겠지 !  .......


 

카를슈테인........안녕 !


 

세번째 이야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