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아들의 해병대 생활(1157기)

후반기 3주 교육 2주차 면회(2012년3월17일 토요일)

이쁜 비올라 2012. 3. 18. 03:51

2012년 3월 17일 토요일 (통영에는 비가 옴 )

오늘은 후반기 포병(1사단 계산병) 3주 교육에 들어간 아들의

2주차 토요일에 있는 면회 외출날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면회가 허용되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아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전 10시까지는 꼭 간다는 기약을 해 놓았기에...

 

2월 수료식날  새벽 알람 소리를 못듣고 조금 늦게 일어났던 기억을 상기하며

금요일 인터넷으로 바둑을(4월달 경남 도민 체전 출전 연습) 두다 12시경에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헛수고.........

행여 알람소리를 못들어서 아들이 기다리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이

내 잠을 방해하고 있다.

 

베란다 창문 너머로 빗소리가 들리고.....

내가 운전해서는 이번에 처음가는 초행 운전이라....

대략 4시간 정도 소요 시간을 잡고 보니  밖에는 비도 오고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냥 지금 갈까......하는 고민을 하다

대략 짐을 챙겨서 새벽 3시50분에 아들이 있는 포항을 향해 출발했다.

집을 출발 할때 내기던 비가 포항에 도착했을땐 그쳤다.

 

 

이른 새벽길이라 신호등도 점등이 안된곳이 많았고 도로도 한산해서 그런지

새벽6시 56분에 아무도 없는 한산한 포항교육 훈련대 정문앞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헌병이 무슨일인지 우르르 나오는 기척이 보이고

미안한 마음에 교육훈련단 입구쪽에서 시동을 끄고 잠을 청해 보기로 하였다.

 

새벽의 쌀쌀한 바깥 공기 때문인지 시동을 끈 차안의 공기가

내 몸을 꽁꽁 얼리고 있는 기분이다.....

도저히 잠이 안온다.

 

혼자서 네비게이션으로 오늘 아들과 갈 곳의 거리들을 체크하면서

목적지 몇 곳을 네비에 입력해 두어본다.

40여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

 

내 차앞으로 다른 면회 가족의 차가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내 차 뒤로 몇대의 차들이 주차 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춥기도 하고 잠도 안오고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고.....

면회 시간을 앞당겨주면 안되나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 보았다.

 

 

입구쪽에서 면회 가족들은 신청을 하라는 안내가 있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면회 신청을 한 후 기다리고 있자니

저 멀리 오늘 외출 허가를 받은 아들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이 급해지는 시간이다.

 

 

줄을 서서  외출 허가를 받기 위해 오는 해병들 속에서 아들이 보인다.

모두 똑같은 모습들이지만  중간에 하얀 봉지를 든 저 해병이 성한이리라.....

 

그동안 택배로 보내 주었던 책들을 다 보아서 짐이 된다고 오늘 나에게

보낼거라는 아들과의 통화도 있었고.......

 

또 항상 들어갈때고 나올때고 뭐든 남들보다 많이 들고 오갔던 아들을 생각하니

하얀 봉지를 들고 행군해 오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해병은 해병인데 언제 철이 들런지.....

 

 

하얀 봉지를 들고 뒷쪽에 서서 입구쪽을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이 저멀리......^^

 

 

먼저 도착해 면회 신청을 한 부모님들 해병들이 면회 허가를 받기 위해 입구쪽으로 걸어오고

나머지 해병들은 해병의 집에서 부모님들이 오실때 까지 기다릴 모양이다...

 

 

 

 

 '해병대의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라는 구호가 있는 입구에서

아들과의 상봉

 

 

수료식때 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아들의 모습......

 

 그동안 수요일마다 오는 px차에서 맛있는거 많이 사 먹어서

살졌다고 여유부리는 모습이 수료식때와는 완전 비교가 된다.

한달 월급 8만원 정도에  매주 수요일날 (지금까지2번)온

px마트에서 군것질로 벌써 7만원정도를 썼다면서 종이 가득

오늘 구비해야 되는 물품 명세표를 나에게 보여준다.

 오늘의 일정이 마냥 즐거운듯 신이 났다.

훈련받는 계산병 33명중 18명의 부모님이 면회를 오시고

나머지 해병들은 토,일요일은 푹 쉰다고 한다 (후반기 교육동안이겠지 ^^)

 

 

교육 훈련단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의 롯데 백화점을 갔더니 그곳은 10시30분경에 문을 연다고 해서

다시 돌아 포항  cgv가 있는 홈플러스로 왔다.

유난히 영화를 좋아했던 아들이 모처럼 온 극장에서 볼게 많은가 보다.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10시에 시작하는 이선균,김민희 주연의 '화차'를 보았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작품들의 안내지를 다 챙기는 아들.....

훈련단 들어가서 다른 해병들과 요즈음 상영하는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한다나 어쩐다나......

그곳에서는 바깥 세상의 새로운 얘기들이야말로 최대의 관심거리라면서.....

 

 

영화도 재미있었고 오늘 하루 그 자체가 마냥 즐거운 아들과......

 

 

영화관 1층에 대형 서점이 있어서 그곳에 들렸다.

 

지난번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택배로 보내준 책들을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는지

그때 그 독일 작가의 책들을 다 뒤져서 4권을 고른다.

그래도 군 생활 하면서 여유 시간에 책을 읽는 건 좋은 일이란 생각에

내가 추천하는 도서까지 6권의 책을 샀다.

 

 

던킨도넛을 보자 또 욕심을 부린다.

이제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서 예약해 둔 고기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건데두 ...

 

 

한없이 도넛을 고르는 아들을 만류한다.

'성한아 ! 오늘은 엄마 소화제도 없다'.....

 

 

인터넷의 입소문으로 포항 축협해서 직접 운영해서

고기 맛 하나는 끝내준다는 참품 한우 프라자에 도착했다.

 

 

 

 

 축협에서 직접 운영해서 그런지 고기도 품질이 좋은것 같고

각 식탁위에 저울이 있어서 고기 그램수도 신뢰가 가고 무엇보다

나중에 먹은 갈비탕맛이 일품이었다.

 

 

 유난히 육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많이 먹긴 했지만

예전엔 3인분 정도만 먹어도 괜찮아 했었는데

오늘은 혼자서 거의 6인분을 먹고도 갈비탕도 한그릇 뚝딱.....

 

군에서는 자기뿐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밥을 꾹 꾹 눌러서

엄청 많이 먹어서 먹는 양이 늘어났다고 얘기는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계산병은 매일 8교시까지 수업만 하고 훈련은 일절 없다는데.....

먹는양에 비해 움직임이 없어서 군 제대하면 살쪄서

나오는건 아닌지.......

수료식때보다 오늘보니 살이 찐거 같기도 한데(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많ㅎㅎ)

 

 

점심을 다 먹고 나니 벌써 시간이 오후 2시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아들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난리다.

 

 

 

 면회 시간은 끝나가고 아들의 마음이 바쁘다.

이젠 내가 가져간 노트북으로 친구들과 페이스북으로 얘기도 나누어야 되고

와이파이가되는 시청 부근의 엔제리너스 커피점으로 왔다.

 

 

편지 보낼때마다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빵이 먹고 싶다던

아들의 소원을 오늘 여기서 풀었다.

딸기 때문에 시럽 양이 좀 작긴 하지만....

그렇게 점심을 많이 먹고도 또 뚝딱...

사실 난 은근히 걱정이 된다.

얘가 이러다가 식충이 되는건 아닐까 !?......ㅎㅎ

 

 

친구들과 무슨 얘기들을 열심히 하는지

난 이곳에서 너무 피곤해서 한 시간 가량 잔거 같다.

'엄마 늦었다'하는 소리에 눈을 떠니 시간이 벌써 4시20분을 넘었다

아직 이마트가서 필통과 빨래 비누도 사야 된다는데.....

 

 

하지만 아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간다.

 

그래도 지금은 너무 편하고  군 생활이 재미있다며.

훈련병 시절에는 종교활동 하는 날이 그렇게 기다려지던데(초코파이 때문에)

이제는 종교활동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넉살을 부리며

같이 지내는 동기들의 얘기도 늘어놓는 아들을 보니 .......

 

후반기 교육은 할만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 본인도 후반기 교육이 너무 편해서...

이제 자대배치되어 가면 상병 달때까지는

이 생활 못할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료식날도 그랬는데 오늘도 5시가 다 되어서야(4시57분 도착) 교훈단 입구에 왔다.

소대장이 면회 나갔던 해병들을 인원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모두 입구에 정렬해서 부모님들께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이

 1157기 오늘 하루 즐거운 면회가 허용되었던 해병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시 후반기 교육에 복귀하는 해병들의 손에는 저마다 무얼 샀는지 한 보따리씩 든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온다.

 

아직은 그래도 부모품이 그리운 나이?란 생각이 들면서......

물론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지만^^

 

달라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탁월한 해병대 선택에 나 자신도 이제는 뿌듯한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