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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생각하는 여자/줄리앤 반 룬

이쁜 비올라 2020. 5. 11. 01:58



줄리앤 반룬의 '생각하는 여자' 는 일상의 문제 즉 사랑, 놀이, 일, 두려움, 경이,

우정에 관한 개념들에 있어 철학적 서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각 챕터별로 로라 키프니스에서 부터 로지 브라이도티에 이르기까지

현 시대에 살아있는  여성 철학자들과 함께 길고도 흥미로운 대화를 이끌어내며

반 룬은 자신의 경험, 지식, 논쟁을 통해

여성적 시각에서 다양한 사안들을 풀어내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첫 챕터 '사랑' 이란 주제에서 부터 보통의 시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반 룬의 자전적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2013년 화자는 세상을 통째로 뒤집어 놓을 깨달음의 순간에 발을 빠드렸다.

그녀의 동료인 학장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토대로

사랑이란 이야기를 풀어내며 로라 키프니스라는 문화이론가이자

비평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젠더에 관한 페미니스트를 옹호하는 부분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다.

난 사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려져 있는

여성 불평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불만을 가진 1인 이기는 하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도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용기를 가지고 대변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키프니스는 '사랑과 맞붙기'에서 사랑은 근본적으로 착각이며 망상적이며

중독적인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유독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매번 강조하는 것은 생각하는 삶이다.

철학적 사유와 일상생활의 연결을 목표로 하는 줄리앤 반 룬의

철학적 탐구는 익숙하지 않는 실존의 문제들과의 연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줄리앤 반 룬은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된 것, 학계를 들어간 것,

오래된 관계를 떠난 것, 비참한 끝을 맺은 절친 '조'를 보낸 것 등

사유에 관해 종종 편치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회고록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생각하는 여자' 는 실존 한다.

그녀는 살아남아 있고 잘 지내고 있다.

간혹 이야기의 철학적인 난해함이 독자인 나로 하여금 한 페이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지식의 허기짐에

나 또한 새로운 생각들을 정립하게 하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줄리앤 반 룬은 철학자이며 여성 사상가이며

여자를 위한 대중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책은 그 결과를 담은 책으로 죽은 백인 남성 철학자들이 쏟아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 여성 사상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전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나에게 철학은 생소한 분야는 아니다.

나 또한 대학에서 교육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1인이다.

철학적인 접근과 철학적 사유에 대한 논증은 내 관심사이기도 하고

우리 시대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여성 사상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지식의 한계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철학의 목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의 우리 경험들을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 서문의 이 멋진 말에 공감하며 이 책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불합리한 부분을 감수하는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특정한 문화적 순간을 향해 말을 건네고 있는

다양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는 여성 독자들 뿐 아니라 남성 독자들에게도

꽤 설득력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사랑이란 해볼 만한 투자인가?

철학이란 폐쇄되고 격리된 회랑이어햐 할 이유가 없다.

Y염색체와 엘리트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철학이란 넓게 보면 세상사의 의미를 찾는 기술이다.

줄리앤 반 룬은 우리가 매일 협상해야 하는 사회적 제도적 구조 자체가

특정한 사유방식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써 내려가고 있다.




'놀이' 라는 주제에서 인문학자이자 미술 비평가인 사리 허스트베트는

자신은 '글쓰기'가 놀이라고 말한다.

놀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거나 기분전환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며,

활기차고 틀에 박히지 않은 특징이 있는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상상적이며, 거침없이 저항적인 것을 향해 기우는 '놀이'의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지적 생활이 일종의 놀이가 되는 그리하여 모든 인간 존재는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유대를 통해 놀이를 필요로 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



놀이는 세계를 정돈하는 한 방법으로 움직임에의 욕구가 그 자체로

지성을 상상력을 가능성의 놀이를 낳는 것으로 움직임에 채워진 족쇄

즉, 수감, 병, 노예상태, 과중한 책임 등으로 인해 우리의 동기를 죽인다는

표현은 흥미로운 논의가 아닐 수 없다.



줄리앤 반 룬의 놀이에 대한 개념을 접하고 나니

나에게 놀이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낯선 질문 앞에 서 보니 나 또한 지금껏 정체성 없는 삶을 살아왔나 하는

생각에 잠시 당황스러움이 앞서지만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탐구 중인 것이 나에게는 '놀이' 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결론 지으며 일단락을 맺는다.

그 해 답을 꼭 찾게 될 날을 꿈꾸며 말이다.

책은 지식의 보고라는 생각에 행복감을 맛보는 순간을 맞이하며~~`




'일' 이란 주제에 대한 논의 있어서는 낸시 홈스트롬과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일, 노동력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자발적 교환이다.

또한 노동력은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와 능력과 잠재력으로 구성되며

노동력으 노동자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상품과 다름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사람의 노동력은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막스의 소외이론을 빌려 강요와 비자발적인 소외된 노동에 대한 논의도 하고

인간 본성의 자유와 의식에 대한 개념을 노동에 대입 시키기도 한다.




여성들에게 자유란 영원히 논란 속에 있는 개념일까?

일은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결론이 추출되고

우리가 현재의 일을 떠났을 때 우리의 삶의 나머지 국면에 무엇이

남아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남겨주는 챕터다.




나는 이 책의 여러 주제들 중에서 '두려움'을 다룬 논의들에서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두려움은 여자의 장소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 문구에서 무언가

여성의 상징적인 취약 부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움은 성별에 관계없이 언제나 현전하고 모두에게 공통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세계적인 반핵운동가 캘다콧과 가정폭력방지 운동가 베티의

예를 들어 여성적 측면에서 두려움에 대한 논의를 풀어나가고 있다.

더군다나 베티는 전 남편이 사랑하는 아들을 폭행 살해한 비극적 사건을 겪은 인물이 아닌가!!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말미에는 두려움이 우리를 차지하도록 내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은 얻었다.

우리의 두려움은 논리, 기반, 역사, 지식, 개연성에 기반한다.

두려움이 우리의 합리성을 갉아 먹기 전에 자신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었다.




줄리앤 반 룬은 일상의 문제에 도전하는 여섯 가지의 주제들의 탐구와 논의를 위해

여성 철학자들을 찾아 나섰고 그녀들과의 대화들을 통해 많은 개념들을 새롭게 정립한다.

이 책은 일상의 도전에 철학이란 공식을 대입 시키고 있다.

세계는 쉬지 않고 굴러가고 우리는 변화의 상태가 지속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책의 여섯개의 장은 '생각하는 여자들' 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많은 부분들을 탐구하고 있다.

페이지 마다 독자들을 멈춰 생각하게 하며 철학적 사유의 즐거운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