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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내일은 체력왕/강소희,이아리/창비]

이쁜 비올라 2021. 11. 10. 11:30

내일은 체력왕~ 
 
강소희 작가와 이아리 작가의 공동 프로젝트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처음엔 무슨 소리지?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번갈아가며 글을 쓰고 있다. 
 
여가배(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 
 
책을 읽고나니 그런 프로젝트라면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욕이 내 마음속에서 솟구치기 시작한다. 
 
단순히 운동을 하는 과정을 그려나간 책이라면
약간은 무미건조했을 내용에
아름다운 살(煞)이 붙어 연대해 나가는 아름다운 삶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잠시 밝혔듯이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하다가 멈춰버리는 사람,
머리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작가의 이 생각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적용되는 논리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두 명의 작가는 '운동'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운동 부족(部族)모여라'
'나를 지키는 주짓수' 등 
 
단, 규칙은
여자들만이 이 공간에 모여 몸을 쓰고 
땀을 흘리며 팀을 만들고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이다. 
 
농구를 하고 싶었던 소희 작가는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농구공을 들고 
새벽마다 운동장에 나가 슛 연습을 한다. 
 
수영을 마치고 젖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말리며 
내려오던 내리막길의 설렘은 수영 후 먹는
두부찌개를 위한 것이었다는 아리 작가의 얘기도~ 
 
몸에 별짓을 다해도,
별일이 다 일어나도
스스로 회복되던 날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오십견'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놀라는 중년 새내기에 접어든 작가의 이야기가 
 
평소 운동이라고는 산책이 전부인 나에게는 
자극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운동을 하면서 실패라는 경력을 매일 매일 쌓으며
언젠가 찾아올 불안함이라는 감정에 지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즐거웠던 기분을 저장한다는 ~ 
 
운동의 기록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누군가의 댓글과 좋아요에 힘 입어
매일의 날들을 기록해 둔 페이지를 읽을때는
나도 모르는 공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도 글에서 오는 정감과 공감이
독자들을 더 책에 몰입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바람이 시원. 간다 운동'
'야근 예정이지만  간다 운동'
'졸리지만 간다 운동'
'손이 시리다 간다 운동'
'주말의 끝 간다 운동'.......... 
 
소희 작가가 서울의 어느 마을로 이사해서
적었던 글에서는 숨막히는 도시의 공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마을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쾌적한 거리 감각이 유지되어 관계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드나드는 
마을에 마침내 당도한 것이다........" 
 
고상한 기품과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전에
꽃송이 전체가 떨어지는 
능소화
절정의 순간에 과정 없이 생을 다하는 꽃~ 
 
아쉬움은 남지만 언제나 그 아쉬움은 사람의 몫이라는
아리 작가의 마음들을 따라가 보면서
운동하는 두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운동'이란 단어는 언제나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내 삶의 제일 마지막 순서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두 작가의 글을 따라가면서
순간 순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포구를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여름의 뜨거운 볕을 한가득 담아낸 찬란한 색감의
과일들이 아리 작가를 들뜨게 했다면 
 
나는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묵직한 시선들 때문에 
괴로웠던 아리작가가 아토피라는 피부염을 
이겨내며 수영과 달리기로 삶을 희망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에 내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든든한 배를 부여잡고
책상에 도로 주저앉는
나의 저녁의 모습을 지우고 
시원한 가을의 바닷바람을 내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며 하루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그런 모습으로 매일을 채우고 싶다. 
 
여자 코치가 가르치는 운동을 여자들끼리
안전하고 쾌적하게 배우며
그렇게 이어진 연결점이 많은 경험으로 
활기찬 삶으로 이어지는
느슨하게 이어진 공동체~ 
 
무척이나 부럽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곳이 있을까?
나도 한 번 기웃거려 보아야겠다.  
 
다 쓰고 버려진 손난로 같은 기분이 드는 날
그런날 마음을 비우고 산책길에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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