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행중~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첫 주
학원 학생들의 코로나 상황으로 억지로 학원문을 닫고
일주일간의 강제 휴식 기간을 지나고
새해의 문을 열었지만
암울한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지난 저녁 지인의 초대로 거제로 넘어가서
폭식을 한 덕분에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따뜻한 차 한잔에 일찍 책 한 권을 잡았다.
어제까지 인권에 관한 무거운 주제의 책에 빠져 있다가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에 잡은 아동문학이다.
이른 아침 두 시간을 할애해서 읽은 책인데
웬걸 몇 번이나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가에 눈물자국으로 까지 이어진다.
누군가는
아동문학을 읽고
눈물까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의미있는 감동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어
행복한 지금이다.
나는 정말 책 편식은 안 하는것 같다.
책을 잡는 순간 몰입하는 나의 태도가
나 다움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루틴이다.
일곱 가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책 '지금 여행중'은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을 주제로 따뜻한 시선으로 연결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책 속에는 아이와 관계되는 다양한 아픔들이 연결되어 있다.
고아가 되어 친척집으로 옮겨다니는 연우,
곰팡이 자국이 있는 어두운 지하방에서 혼자사는 외계에서 온 소년,
첫 생리가 시작되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택시 운전사인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소녀,
같은 반 학생으로 지내면서 한 번도 함께 얘기를 나눈적이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
프랑스로 간 엄마를 2년 만에 마중하러가는 공항에서 아빠와 자신이 비밀을 털어놓으며 가족으로 다가가는 순간,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있는 규연이가 지키고 싶은 동네 슈퍼와 자신과 처지가 같은 슈퍼를 지키는 저능아 슈퍼맨,
친구의 야구공을 훔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이 만난 미래의 아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부재,
부모의 부재.........
그러나 그 속에는 따뜻함이 들어있다.
그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기도 하면서~
문득 이 글을 쓴 작가 김우주의 어린시절이 그러했나?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작가의 후기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작가의 마음이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캠핑을 갔던 강원도의 어느 강가에서
물난리가 생기고
작가의 어머님은 작가와 작가의 언니와 동생에게
빛이 보이는 언덕까지 뛰어가라고 다급하게 소리친다.
가로등이 켜진 언덕에서
언니 동생과 손을 꼭 맞잡고
검은물이 범람하는 아래를 쳐다보며
부모님을 기다렸던 순간의 기억은
작가에게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때,
모든 걸 삼킬 듯한 검은 물의 기억이 아닌
작가의 어머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노란불빛과
그 아래에서 맞잡은
작은 손들의 끈적함~
이 책에 한 편 한 편 실린 글들을 읽고 있으면
고만고만한 존재들이
그들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검은 물을 앞에 두고
서로 손 맞잡고 있는 장면에서
느꼈던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길을 잃고 서 있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날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
작고 소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가슴 찡한 응원이
목요일 아침 내 마음을
참 뭉클하게 한다.
그래서 난 참 책이 좋다.
코 까지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한 감동의 눈믈을 한바탕 쏫고 나니
아침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책의 따스한 시선에
잠시 머물었던 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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