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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헤드라이너/임국영소설집/창비

이쁜 비올라 2023. 2. 12. 18:12

#헤드라이너 

 


 
20일이 넘는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손에 잡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었는데 아파트 문 앞에서 며칠 동안 나를 기다려준 책~ 
 
처음 이 책 서평을 신청했을 때 젊은 뮤지션들의 고군분투기라고 생각했다.
신인작가라고 하기엔 글이 너무 좋다.
글쓰기를 잘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독서의 힘 때문에 글의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책을 읽을때는 고민이 앞선다.
내가 시간을 들여 이 책을 다 읽어야 하나?
독서에 편식이 없다고 늘 자부하지만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책은 책을 읽는 몰입감을 상실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국영 작가의 소설 #헤드라이너 는 이틀만에 완독해 버린 책이다. 총 8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진 단편집이지만 이야기들이 다 연결되고 있다. 
 
솔직히 첫 번째 이야기 '볼셰비키가 왔다'는 마지막 문장을 끝내면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야기를 제대로 끝맺지 않은듯한?
물론 나의 이해력 부족이겠지만! 
 
그런데 '태의 열매', '악당에 관하여' 등등 '비둘기' 공원의 비둘기' 편을 읽을 때는 몰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작가님의 글에 완전히 몰입이 되어서! 
 
소설을 읽으면서 글은 작가의 경험에서 어느 정도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일까?  
 
이 책 전반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참 불편한 부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볼셰비키가 왔다' 는 뮤지션의 한 단원이 아침에 죽음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자다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서 일어난 질식사다.
같이 음악 활동을 했던 맴버들이 장례식장에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하고 나타난다.
그들은 조문을 왔다기보다는 무대를 찾아온 듯했다. 
 


장례식장에서 평소에 고인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연주해 달라는 곡을 연주해주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한다.
물론 이들은 이 말 한 마디에 고인의 어머니로 부터 쫓겨나지만~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아버지가 등장한다.
화자의 기억에 가족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무능력한 아버지~ 
 
그러나 이 소설의 내용 대부분에서 아버지를 부정하거나 모방하면서 결국에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으며 각자의 신화를 써내려간다. 
 
소설에서 음악에 잠재한 신화의 가능성은 양가적이다.
잠재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삭제하며
'자유'를 탈취한 그런 아버지들로부터 승계된 신화는 폭력의 다른 이름인 동시에 삶에 대한 열망을 지탱해주는 생존 수단이다. 
 
이 소설에서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된 바를 상기한다.
우리는 대안 없는 미래와 폭거 없는 신화가 동시적으로 부유하는 세계에 있다.
이 세계에서 변질된 채로 미래를 탈환할 방법을 찾는다. 
 
연유를 짐작할 수 없는 부친의 폭력과 광증~
주인공들은 그런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늘 상상한다.
그러나  폭력으로 무능력으로 무장 된 아버지에 대한 살해나, 아들로서의 의무도 수행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픽션의 세계이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 본다. 
 
"소설이 놀라은 지점은 가장 거짓일 것 같은 대목에서 작가가 겪은 경험이 뭍어 나온다는 것이다.
믿어줬으면 한다.
나는 돈을 주웠다.
한 달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비둘기, 공원의 비둘기'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두러지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매일 돈이 발견된다는 그 공원을 상상해 보았다.
물론 상상만으로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라며 혼잣말을 하게 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화자는 도서관으로 출퇴근 하는 나날의 일상을 보내면서 도서관 주변의 산책로를 떠돌아다닌다.
칸트의 산책로와 교토에의 철학의 길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 매일 같이 돈을 줍는다^^ 
 
공원은 게임이고 메뉴얼이 있었다.
여기서는 소설 작가인 화자의 이야기와 그가 구상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전개된다.
화자의 소설이자 소설 속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생성되는 공간인 공원의 경계는 흐릿하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하고 다시 앞장을 넘겨서 다시 읽으며 작가의 의도 속에 완전히 몰입 된다.
글쓰기는 삼라만상을 '문화'로 소비하고 소비한 것을 다른 생산의 원료로 삼는다. 
 
소설에서 '나'는 공원에 관한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고발 당한다.
여기서 공원은 터무니 없는 룰이 적용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비밀을 누설한 댓가로 '나'에게 가해진 징벌의 유형에 의해 사후적으로 누출된다.  


 
'나'의 죄는 공원이 소설 창작의 방법론으로, 상상력으로 전환했다는 데에 있다.
공원의 비밀을 깨달은 '나'가 "지금 딛고 선 곳이 비밀의 문턱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공원이 지닌 비밀의 문턱이 곧 우리가 딛고 선 세계가 지닌 비밀의 문턱이기도 하다는 은밀한 진실이 전달된다. 
 
8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다.
'굿바이 레인보우'에서는  가게 폐업을 하는 마지막 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마지막 파티에 오기로 한 사장님은 새벽이 되도록 오질 않는다. 
 
우연찮게 마지막 폐업파티 자리에 동석하게 된 손님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헤어진 연인을 이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기다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물론 이야기의 반전은 더 흥미롭다. 
 
이 소설 속에는 분노하거나 저항하는 것에 민감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유약 하다는 것이다. 
각 챕터마다 독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임국영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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