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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체]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

이쁜 비올라 2020. 10. 27. 08:23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가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에게는 쉽게 끄집어내기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목에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연유인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년 이상 그의 아버지와

전혀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절연에 가까운 사이로 지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 그는 성장한 시대와 환경, 사고방식과 세계를 보는

다른 시각으로 짧게 언급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시점에야

다시 재회한 그는 이미 예순이 가까운 나이였다.

배가 불러오는 암고양이를 보며 새끼들까지 보살필 여력이 안되는

환경에 있던 그의 아버지는 어린 무라가미 하루키를 자전거에 태우고

고로엔 해변으로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온다.
그런데 그들 부자가 집 현관문을 열자 고로엔 해변에 버렸던 고양이가

"야옹"하면서 꼬리를 세우고 살갑게 그들을 맞았다.
고로엔 해변에 버리고 온 고양이가 그들보다 앞서 집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아버지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감탄스러운 표정과 함께

다소 안도한 듯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무라가미 하루키의 아버지는 어린시절 어느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졌었다.

그 시절에는 자식이 많은 경우 식솔을 줄이기 위해 장자가 아닌 자식을

양자로 보내든지 어느 절에 동자승으로 맡기는 것이 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이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해변에 버렸던 고양이와 어린시절 동자승으로 절에 보내졌던 아버지~
그리고, 매일 아침을 먹기전 보살이 든 조그만 유리 케이스의

불단 앞에서 독경을 외웠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중국 대륙의 전선에 치중병으로 보내졌던 아버지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는 아버지의 기억들을 간접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아버지의 고뇌와 마주한 시간들!
무라가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살아생전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했던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고, 과거를 조망하고 눈에 보이는 언어로,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환치할 때

자신이 투명해지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휩싸인다고

그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 세대의 공기를 숨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의 경향 안에서

성장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전쟁이 한 사람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크고 깊게

바꿔 놓을 수 있는가와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역사는 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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