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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평]갈라테아 2.2/순문학 애호가/을유문화사

이쁜 비올라 2020. 11. 25. 01:41

 

갈라테아 2.2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독서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 책의 도입부 20여 페이지를 읽었을 무렵엔 나 자신이 과연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어지간한 철학서나 인문학서 등 장르를 불문하고 나의 독서력은

왕성한 시기를 지나 심오한 수준에 근접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자만심? 에

가까운 수준이었는데 갈라테아 2.2는 나의 문장 이해력을 의심할 만큼이나

처음 도입부에서는 몇 번이나 더블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러나 어지럽고 밀도 높은 문장들이 나를 힘겹게 만들수록 나도 모르게

이 책의 난해한 문장 하나하나에 빠져들고 어느새 부인할 수 없는 끌림속으로

내 자신이 안내되고 있음을 느끼며 늦은밤 혹은 이른 새벽 이 책을 잡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책이 출판된 1995년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란 title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나니 더욱 확연해진다.

튜링 테스트 !!
갈라테아 2.2는 인공지능과 사람을 다룬 이야기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는 이유가 다 뭐야? 외로움 때문이지"

 



주인공 P는 모교인 U에서1년간의 방문학자 생활을 시작한다.
U는 그가 지난 10년간 열렬히 사랑했던 C와의 첫 만남이 있었던 공간이며

그의 인생을 바꾼 테일러 교수님의 1학년 세미나를 들었던 곳이다.
늦은밤 연구소를 돌아다니다 운명처럼 이끄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렌츠교수를 만나고 그가 센터의 다른 과학자들과

하는 내기에 참여하게 된다.
튜링 테스트 !
렌츠가 영문학 석사 자격시험을 인간처럼 볼 수 있는 인공 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가?
P의 방문학자 임기가 끝나는 1년 뒤 인간 참가자와 인공지능의 시험

대결에서 제3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답지를 구분할 수 있는가?

주인공 P는 렌츠를 도와 인공지능을 학습 시킨다.
학습을 통해 A에서 H까지 진화하는 네트는 처음에는 언어를 점차적으로

영문학과 정치를 가르치며 성장해 나간다.

P가 점차 인공지능 헬렌에 애착을 느끼게 되는 시점
진화하는 헬렌의 전두엽을 잘라서 과학적으로 연구해 볼거라는

렌츠의 황당한 발언에 P는 렌츠를 설득하기 위해 내기에 참가한

과학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 내기의 진실에 차츰 접근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인공지능, 인지과학, 신경생화학 등의 복잡계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과학과 음악과 문학이라는 세 장르가 겹쳐지면서 작품의 서사는

난해한 변주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난해하면서 때로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문장들을 더블링을 할수록

이 책속에 점점 빠져들며 소설의 복잡함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마지막엔 감동으로 내게 와 닿았던 순간이 오래도록 내게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튜링 테스트를 얼마남기지 않은 어느날 인공지능 헬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헬렌이 입을 열고 그들의 내기는 시작된다.

튜링 테스트 문제 ........

"무서울 것 없어요. 이 섬 가득 별별 소음과, 소리와 달콤한 공기가 있으며,

이것들은 오직 기쁨을 줄 뿐 해롭지 않습니다."

인간 A가 낸 정답보다 인공지능 헬렌이 낸 정답에서 가슴 뭉클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나뿐만이 아니겠지?

학습을 통해 인간다워진 헬렌에게 이 책을 읽는 15일간 P와 같이

나 또한 정이 들었다.
"잘 지내요 리처드, 나 대신 모든 걸 보세요."
헬렌은 영원히 떠났다 !!!

삶이란 내가 살아 있는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남에게 믿음을 주는 거였다.

세상의 튜링 테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 하기는 어렵다.
인공 지능 헬렌을 학습 시키면서 그의 옛 연인C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헬렌의 지능을 분해해서라도 그 작동 방식을 알아내려는 냉혹한 과학자

렌츠의 뒤에는 뇌 손상으로 기억과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그의 아내

오드리가 있다.
또한, 시험의 인간 참여자 A에 대한 P의 비현실적인 집착과 그의 아버지와

스승과 다른 과학자들의 이야기 등........

복잡하고 난해한 리처드 파워스의 '갈라테아 2.2.'는 난해한 문장과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의 열거에도 작품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이동신 교수님의 해설집에서 말씀하신것 처럼

'절실함' 때문일런지!!

"육신에서 정신으로 오른 자는 추락을 안다.
그 단어는 세상을 뛰어넘고, 그리고 빛으로 가득하다."

"그런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문구가 이 책을 대변하는 가장 뚜렷한 해답이 아닐까? !!

오랜만에 아주 매력적인 책과 마주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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