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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로기완을 만났다/ 넷플릭스 영화/송중기/ 조해진소설

이쁜 비올라 2024. 3. 1. 01:42

로기완을 만났다. 

 


 
어머니의 시신을 팔아 마련한 돈 650유로를 목숨처럼 품에 안고
브뤼셀에 온 스무살 청년 로기완 
 
책 속에서 탈북민 로기완을 만났다.
그리고 화자인 김작가 '나' 를 만났다.
의사의 신분으로 간암 말기 환자였던 아내에게 죽음에 이르게 한
약물을 건네주어야만 했던 박윤철을 만났다.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얼굴에 악성 종양을 달고 사는  윤주를 만났다. 
 
책을 읽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본다. 

 


 
가족이나 동료들이 동참할 수 없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 누구의 따뜻한 위로도 받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고통을 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은 2011년에 이미 출간된 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무대는 벨기에의 브뤼셀이다.
왜? 브뤼셀일까? 
 
책을 쓴 조해진 작가는 2009년 폴란드에서 출발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브뤼셀 북역에 내려 쇼핑가 뒤편의 허름한 호스텔로 들어가 리셉션에서 지정해준 방문을 연 순간, 이 책의 소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쓸쓸하고 추웠던 방이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이라고...... 
 
소설을 쓰는 작가란 직업은 남다른 감수성과 보편적인 사람들이 직감하지 못하는 탁월한 세상을 가진 사람이란 걸 새삼 인지한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그렇게 탄생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인 김작가의 시선을 따라간다.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 ARS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인 '나' 
 
부모를 여의고 반 지하방에서 뺨에 커다란 혹을 단 채 힘겹게 살아가는 출연자 ‘윤주’의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윤주의 방송 날짜를 추석연휴로 미룬다.  
 
그러나 이 선의의 결정으로 수술 날짜가 미뤄진 사이 윤주의 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의도치 않았으나 자신의 연민으로 윤주가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현실에서 도망칠 탈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 가 발견한 이니셜 'L'의 문장 
 
방속국에 사표를 내고 그렇게 낯선 타국 브뤼셀로 온 '나' 
 
그리고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탈북민으로 중국에서 숨어 살다 엄마의 죽음 후 엄마의 몸 값으로 받은 650 유로를 방수포에 꼭꼭 사서 브뤼셀에 도착한 로기완. 
 
엄마의 소원대로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만을 가지고..... 
 
브뤼셀에 도착한 '나'는 로기완이 브뤼셀에서 남겼던 흔적들을 추적해가며
그의 삶을 간접 경험한다. 
 
그 와중에 로기완을 도왔던 의사 박을 만나게 되고
박의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반전을 가져다 준다. 
 
주인공 김작가는 이니셜로 존재했던 로기완이 남긴 인터뷰 기록을 보며
자신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상처에 눈뜨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1990년대 중 후반 북한이 직면한 고난을 목격하게 되고 난민의 현실을 목격한다.  
 
책에서 로기완은 자신을 도왔던 의사 박에게 일기장을 남기고 박은 다시 김작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박은 자신이 아내의 죽음을 도울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속 아픔을 김작가에게 고백한다. 
 
아내의 외모와 너무나 닮았던 김작가에게...... 
 
브뤼셀 한국 대사관의 거절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로기완
굶주림에 길거리 행인이 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로기완 
 
그러나 박의 도움으로 그렇게 원했던 브뤼셀에서의 난민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브뤼셀에 없다.
어렵게 취득한 난민 자격을 포기하고 연인 라이카를 따라 영국으로 갔다. 
 
이야기의 말미에서 김작가는  한국에서 윤주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을 연인 재이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윤주와의 오랜 실타래를 풀 용기를 내고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데
한국으로 가기 전 영국에 있는 로기완을 만나러 간다.
 
책의 서두에는 
"나를 브뤼셀로 이끈 것은 바로 그 이니셜 L의 문장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니셜 L이 시사주간지 H와의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한줄의 문장이 나로 하여금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오게 했다'로 
시작한다. 
 
하지만 김작가의 브뤼셀 행에는 그녀 자신의 내면에서 이겨내지 못한
윤주에 대한 미안함과 마음의 고통 때문이었으리라 

 


 
선의를 위한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면 
보편적인 사람들은 견디기가 힘들다.
현실도피로 택한 그녀의 행보가 '로기완을만났다' 로 이어진다. 
 
로기완이 머물렀던 역, 그가 묶었던 낡은 브뤼셀의 호텔방,
작가는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이 이야기는 넷플릭스 영화로 3월1일 개봉한다.
주인공 로기완 역에 송중기라니
책을 읽고 나니 딱 어울리는 배역이다. 
 
영화는 책과의 간격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영화를 통해 그 여운이 희석될까? 두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브뤼셀에 와서 로의 자술서와 일기를 읽고 그가 머물거나 스쳐갔던 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감동적인 소설이다.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며
책의 여운을 음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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