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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호텔 해운대/오선영소설집/창비

이쁜 비올라 2022. 8. 16. 20:51

호텔 해운대~ 
 
유난히 냉방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름날들이다. 
 
머리를 찌를 것 같은  두통에 CT사진을 찍어보고 더위에 허우적거리는

나날의 연속에 그나마 나를 견디게 했던 한 권의 책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창비에서 책을 한 권 선물로 보내주셨다.  

 

 

 
#오선영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인데 총 7편의 소설 모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운 여름날 내 두통을 잠시 잊게 만드는 뭉클한 감성을 일렁이게 한다. 
 
허구의 세계라고 하기엔 읽고 난 후 누군가의 이야기일까? 궁금해 지는

현실의 그저 평범한 일상들인데 한 편 두 편 읽을 때 마다 마음 속에 감정의 찌꺼기들이 쌓인다. 
 
나의 젊은 날의 한 시절 같은 이야기도 있고~
그렇게 어려운 시절들을 건너왔나? 하는 감상에 젖어보기도 하며

이틀 내 손안에 들어와 있던 책이다. 
 
마지막 단편집 '바람벽'은 읽고 나니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글 쓰는 작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고통스라운지, 얼마나 가난한 삶인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죽는 날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겠다는 나의 생각은 매일을 습작으로

마무리하는 나의 일상을 한없이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람벽'은 나의 심장 저 밑바닥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글이었다. 
 
그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계절을 감각 하고 있었다. 

 


 
7년을 사귄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던 순간 지진이란

천재지변이 일어났고 핸드백 안의 휴대폰에는 엄마의 부재중 전화 한 통이~ 
 
그 짧은 지진! 찰나의 순간 마트에서 일하던 엄마는 창고의 물건을 내리다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순식간에 죽음으로 이어진다. 
 
산재보험 처리 결과로 들어온 어마한 금액의 보상금,
물질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경험하는 마음의 문제들을 다루는

소설의 내용이 계속해서 울림으로 남아있다. 
 
취업, 부동산, 여성이라는 화두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관통하는

공통의 문제이며 세대에서 세대로 관통 되며 여전히 이어지는 화두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텔 해운대'
운 좋게 라디오 퀴즈 정답자로 당첨되어 해운대 고급호텔 숙박권을

선물로 받게 되지만 비싼 호텔 음식을 먹는 대신 국밥을 먹으러 나오는

두 사람의 하룻밤은 젊은 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알려주며 일순간

판타지에서 리얼리즘으로 그들의 현실을 하강시킨다. 

 


 
"나는 문학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걸어가는

순교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행진 맨 앞에 서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선지자가 되기도 싫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서 꽃과 나무, 하늘과 바람을 보고

느끼면서 행렬의 중간쯤에 서 있길 원했다." 
 
문학에는 삶도 포함된다는 일념으로 지방에서 소설을 쓰며 글을 읽고 쓰다

심장정지로 죽은 선배의 부고 소식을 듣는 화자~


그날은 그녀의 첫 책의 출판 기념일이었다. 
 
사비로 첫 책 천 권을 찍어내고 500권은 자신의 집으로 배달된 책~ 

 


 
세상을 인식하고 느끼는 자기만의 방식으로서의 문학을 다짐하는 화자~ 
 
찢어진 마음을 꿰매려 한들, 그 자국까지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소설 속의 글귀가 유달리 머리 속에 윙윙 거린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머무는 모든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라고 하는 작가의 말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이렇게 서럽게 다가오는지...... 
 
책 속의 허구가 너무 진실 같아 매번 찡했던 이야기
나의 이야기, 그리고 주위의 이야기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편안하지 못했던 순간. 

 


 
문학으로 말하고 문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도 말하고 문학으로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는

길을 계속해서 이어가기를 응원하며 자기 길을 살아내는 방법을 갈구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잠시 내 삶 안에 들여다 놓아 보았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러 날은 괜시리 생각에 잠긴다.
나 만의 사색의 창을 열고 나의 미래를 그리고 현재를 돌아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책이 좋다. 
 
책 속에서 평온해지는 나날을 맞이하고 싶다. 
 
이틀 동안 나의 지독한 두통을 잠시 잊게 했던 이야기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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